셋이 합쳐 259세…연극 '노인의꿈' 주연 김영옥·김용림·손숙
김용림 "라이벌 의식? 배우라면 당연"·손숙 "시력 나빠 대본 못읽어 녹음으로 외워"
김용림 "라이벌 의식? 배우라면 당연"·손숙 "시력 나빠 대본 못읽어 녹음으로 외워"
연극 '노인의 꿈'의 김용림-김영옥-손숙 |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저는 연습장 나올 때마다 제일 즐거웠던 게 여기 '춘애'역 세 사람 가운데 제가 제일 젊어요. 신나는 거죠. (일동 웃음) 김영옥, 김용림 선배님 보면서 저보다 연세가 많으신 데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시는구나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배우 손숙은 1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열린 연극 '노인의 꿈' 기자간담회에서 두 명의 선배 배우와 함께 트리플 캐스팅이 된 데 대한 소감을 재치 있게 말했다.
어느덧 여든을 훌쩍 넘겨 연극계 원로 대접을 받는 손숙이지만, 선배들 앞에서만 부릴 수 있는 일종의 어리광인 셈이다.
연 나이로 따지면 김영옥이 88세, 김용림이 86세, 손숙이 85세.
연극 '노인의 꿈'은 이들 세 노장 배우의 열정적 연기 투혼이 눈길을 끈다.
'노인의 꿈'은 동명 인기 웹툰을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봄희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그리고 싶다며 찾아온 할머니 춘애를 만나며 시작되는 특별한 열 번의 수업을 그린 유쾌하고 따뜻한 작품이다.
연극 '노인의 꿈' 기자간담회 |
춘애를 만나 잊고 살았던 꿈을 마주하는 미술학원 원장 봄희 역은 하희라, 이일화, 신은정이 맡았다.
또 남경읍, 박지일, 김승욱이 가부장적인 봄희의 아버지 상길 역으로, 강성진, 이필모, 윤희석이 봄희의 다정한 남편 채운 역으로 출연한다. 봄희의 딸 꽃님 역에는 진지희, 윤봄, 최서윤이 캐스팅됐다.
김영옥은 '노인의 꿈' 출연을 결정한 계기에 대해 "처음 시작할 때 겁이 났고, 망설이다가 작품을 보고 좋아서 시작했다"며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붙들고 있는 입장이다.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으니 끝까지 잘해서 여러분들 마음에 꽉 차는 연극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프로듀서 박수이 수컴퍼니 대표는 작품에 대해 "고령화 사회에서 꿈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굉장히 따뜻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트리플 캐스팅에 대해 "세 분씩 연습하다 보니까 같은 배역을 어떻게 소화하시는지를 다 볼 수 있어서 그게 너무 재미있고, 캐스팅이 어떻게 조합이 되느냐에 따라 매회 느낌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트리플 캐스팅인 만큼 김영옥, 김용림, 손숙 세 배우에게 서로 라이벌 의식은 없었는지 묻자 손숙은 "(배우 간에) 라이벌 의식이 왜 없겠냐"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나이가 되니 같이 (연기를) 하는 것도 즐겁고, 이 연극 자체가 캐릭터들이 모두 바보처럼 착해서 라이벌 의식을 가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극 '노인의 꿈' 기자간담회 |
김용림도 "배우는 사실 라이벌 의식이 꼭 있다. 당연하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연극에서만큼은 라이벌 의식을 갖기보다는 서로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배역을 서로 다르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기서 조금 다르게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했다. 이런 게 곧 라이벌 의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옥도 "작품을 보는 눈이 서로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번 연극은 세 사람을 다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세 배우의 연기에 대해 "김영옥 선생님은 굉장히 귀엽고 힙한 할머니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고, 김용림 선생님은 굉장히 에너제틱하시고 유쾌한 춘애를 잘 표현해 주시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손숙의 연기에 대해서는 정말 담담하게 인물을 그려내는데 보는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아무리 베테랑이라 해도 고령에 연극 무대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10년째 황반변성을 앓아온 손숙은 시력이 약해져 눈으로 대본을 읽을 수 없다.
손숙은 "눈이 많이 안 좋아서 글씨를 못 읽는다. 몇 년 전부터 녹음을 해서 듣고 대본을 외운다"며 "박수이 대표가 녹음을 잘 해줘서 하루에 두 시간씩 죽을 둥 살 둥 녹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인사말 하는 하희라 |
봄희 역을 맡은 하희라는 "봄희 역을 하면서 참 많은 힐링을 얻고 있다. 세 분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과연 30년 후에 선생님들처럼 무대에서 멋지게 공연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사실 연극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를 보고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작품이 작품을 보고 선택했다"며 "무엇보다도 선생님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연극은 너무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봄희 역을 맡은 신은정은 "작품이 워낙 따듯하고 감동적인 부분이 있어서 연습하면서도 눈물을 많이 흘렸다"며 "공연이 아닌데도 이렇게 선생님들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뭉클하고 존경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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