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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ES 2026서 소외된 삼성전자의 ‘로봇’

조선비즈 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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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ES 2026서 소외된 삼성전자의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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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뒤처진 애플 꼴이 날 것 같다. 항상 CES 중심에 섰던 삼성전자의 추락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달 6일(현지시각)부터 9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만난 한 중소 A 제조사 대표는 삼성전자 전시관을 둘러보고 이런 평가를 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년간 CES 주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심에서 혁신을 보여주며 매해 기술 트렌드를 이끌었다. 올해는 LVCC를 떠나 윈 호텔에 단독으로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A 제조사 대표는 “기술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한 삼성전자가 별도 전시관을 마련한 것이라는 농담이 나왔는데, 현장을 둘러보니 우스갯소리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떠난 LVCC에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곳곳에 배치되며 CES 2026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중국 기업들은 다양한 휴머노이드를 내놓으며 LVCC 노스홀을 사실상 점령했다. 가전·TV 제조사 중심인 LVCC 센트럴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디지털 공간에서 작동하던 AI가 현실 세계로 나와 행동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개막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 전시관에서는 휴머노이드는커녕 로봇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전자가 CES 2026에서 혁신 기술을 선보이지 않은 건 아니다. 각진 벽 모서리나 울퉁불퉁한 커튼에 투사해도 직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나, 중국에 시장 주도권이 넘어간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의 반격을 알리는 130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RGB TV’ 등이 주목을 받았다. “연간 4억대에 달하는 기기를 하나로 연결해 ‘AI 일상 동반자’가 되겠다”는 사업 비전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신제품·신기술은 물론 사업 비전은 그간 봤던 영역에서 일부 확장하는 수준에 그쳤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가사 해방’을 목적으로 개발한 휴머노이드형 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했다. 중국 하이센스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고, TCL도 AI 반려 로봇을 전면에 배치했다. 2018년에 설립된 중국 스위치봇은 클로이드와 닮은 가사 홈 로봇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도 로봇 분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작년 말 인사에서 DX(완제품)부문장으로 선임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로봇 분야는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작년 인수한 레인보우 로보틱스와 협업해 로봇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기술과 피지컬 AI 엔진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제조 영역에서 역량을 키운 뒤 홈 로봇 등 소비자향(B2C)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노 사장의 설명에도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CES 2026에서 로봇 실물을 공개하지 않아 ‘기술력 부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애플은 자율주행·확장현실(XR) 기기 개발에 주력하다 생성형 AI 시대 대응에 늦어지며 경쟁력을 잃었다. ‘피지컬 AI’가 산업·일상을 뒤바꿀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부상한 CES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도 느낀 바가 있을 것이다. 기술력 부재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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