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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방향성·접근성' 두 마리 토끼 잡기 힘든 은행법 개정안

뉴스웨이 문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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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방향성·접근성' 두 마리 토끼 잡기 힘든 은행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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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문성주 기자][!{GIZAIMG}!]

"내 대출 이자에 은행이 내야 할 세금까지 포함되어 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질 대목이다. 최근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은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나 예금지급준비금 같은 법적 비용을 대출 가산금리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은행이 져야 할 비용 부담을 차주에게 전가해 온 관행을 끊어내고 결과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겠다는 '방향성' 만큼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명분이다.

하지만 시장의 논리는 명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이 겨냥한 '금리 인하'라는 토끼를 잡으려다 오히려 금융 취약계층의 '대출 접근성'이라는 또 다른 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은행업의 본질은 리스크 관리다. 그간 관행으로 전가해 온 비용을 은행이 자체적으로 떠안게 되면 수익성 하방 압력은 불가피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줄어든 마진을 보전하거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두 가지 선택지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크다.

첫째,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은행은 굳이 리스크가 큰 차주에게 돈을 빌려줄 유인이 사라진다. "금리를 낮추고 리스크도 엄격히 관리하라"는 주문은 결국 우량 차주 위주로 영업하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금리 인하 혜택이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우회적인 금리 조정 가능성이다.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서 결정된다. 이번 법안은 가산금리의 일부 항목(법정비용)만을 통제한다. 금융권에서는 법정비용이 제외될 경우 평균 0.15~0.2%포인트(p), 많게는 0.3%p 이상의 금리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은행이 업무 원가나 리스크 프리미엄 등 다른 항목을 조정해 전체 금리 수준을 맞춘다면 법안의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은행권의 비용 전가 관행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시의적절하다.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법안 시행이 단순히 은행의 팔을 비틀어 금리 숫자를 낮추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은행이 대출 수도꼭지를 잠가버려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교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방향성이 확실하다면 이제는 '접근성'을 챙겨야 할 때다. 법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대출 절벽 현상과 풍선 효과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없다면 이번 개정안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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