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영등포 취약층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 결국 강제철거 수순

헤럴드경제 박병국
원문보기

영등포 취약층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 결국 강제철거 수순

속보
이 대통령 "과거사 문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 이뤄 뜻깊게 생각"
SH, 재개발 협의불발에 수용재결 신청
4년 공사기간 400명 끼니 중단 현실로
“이주대책 없이 먼저 철거” 비판 확산
7일 서울 영등포구 ‘토마스의 집’을 찾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병국 기자

7일 서울 영등포구 ‘토마스의 집’을 찾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병국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서울 영등포 쪽방촌의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마스의 집은 서울시와 SH가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강제철거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SH는 지난달 18일 중앙토지위원회에서 토마스의 집에 대한 수용 재결을 신청했다. 수용 재결은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 소유자와 임차인 등과 협의가 안 될 때, 사업시행자가 토지수용위원회에 신청한다.

▶수용재결은 명도소송 위한 절차…“중요한 건 계속 한끼 제공하게 해달라는 것”=수용재결은 국가 등이 토지 소유권 등을 ‘강제로’ 취득하고 그에 따른 보상금액과 수용시기를 결정하는 행정처분이다. 임차인도 대상이 된다.

SH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영등포 쪽방촌 개발사업)’에 대한 토지, 건물 등에 대한 보상절차는 84%가 진행된 상태다. 토마스의 집이 들어선 건물과 토지에 대한 보상은 마무리됐지만 임차인 토마스의 집과는 협의가 되지 않았다.

토지수용위에서 보상금액과 수용시기가 결정되고 SH가 이주보상금액을 공탁하면 ‘명도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명도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 강제 철거를 할 수 있다.

토마스의 집은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SH가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대책마련을 위해 법무법인 도안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도안 관계자는 “수용재결은 강제 철거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절차”라며 “이주보상금은 중요하지 않다. 토마스의 집 요구사항은 쪽방촌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취약계층에게 밥한끼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김종국 신부가 영등포 쪽방촌의 한 곳을 임차해 설립한 토마스의 집은 30년 이상 노숙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점심 한끼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하루 350~420명 정도의 취약계층이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고 이희호 여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유명인사들이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박경옥 총무가 30년 넘게 살림을 맡고 있다.

하지만 토마스의 집이 있는 건물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영등포 쪽방촌 개발사업’ 대상이 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영등포 쪽방촌 개발사업은 영등포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영등포동 422-63 일대 9850㎡ 부지에 총 782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준공까지 최소 4년의 시간이 걸린다. SH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공사기간 이주 대책 없어…“400명 넘는 사람들에 한끼 제공 못하는 상황 생겨”=특히 토마스의 집은 재개발 공사 4년 동안 운영이 중단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토마스의 집은 지난해 4월 공문을 통해 SH·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 영등포구에 ‘민간 돌봄시설 이전 대책을 위해 검토된 계획 및 논의사항’ ‘민간 돌봄시설 이전을 위한 규모 및 시기’ 등에 대해 질의했다.


SH와 LH 모두 “공공임대주택 준공 이후 상가로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회신했지만 공사기간 동안의 이주대책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SH는 회신 공문을 통해 “토마스의 집은 지구 내 소재한 무료 집단급식소로서 쪽방촌 거주민에게 연속성 있는 급식 제공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이를 위해 거주민이 정착 예정인 공공임대주택 내 상가로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상가 공급 관련 구체적 내용은 공고시점에 확인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당 공공임대주택(A-1BL)은 2026년 하반기 착공 예정으로 보상 등 공정별 진행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리며 관련내용에 대해 사업시행자 및 서울시와 지속 논의 예정”이라고 답했다. LH와 영등포구도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공사기간 토마스의 집에 대한 이주대책은 LH, 국토부 등 관계기간이 협의해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토마스의 집 관계자는 “공사기간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선이주·선순환 방식으로 쪽방촌 개발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토마스의 집은 쪽방촌 주민뿐 아니라 서울 각지와 멀리 경기도에서도 점심 한끼를 먹으러 찾는 곳이다. 4년 동안 운영을 못하게 되면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는 상황이 생길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1월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공사기간 쪽방 주민과 돌봄시설이 지구 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선(先)이주·선(善)순환’ 방식이 이 사업의 주요 특징이었다. 같은 해 7월 배포한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정완료…사업 본격화’ 자료에서는 “원할한 사업추진을 위해 국토부·서울시·영등포구·LH·SH 민간 돌봄시설이 참여하는 민관공 전담조직을 운영중”이라며 “TF 의견수렴을 거쳐 쪽방 주민을 위한 임시이주, 재정착, 복지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TF에는 민간돌봄시설에는 광야교회, 요셉의원, 토마스의 집, 쪽방상담소, 영등포 보현종합지원센터 등이 포함됐다.

SH와 LH가 토마스의 집에 공문으로 보낸 답변도 2020년 7월 발표때와는 달라졌다. 지난해 31일 국토부의 ‘서울영등포 공공주택지구 지정 변경 및 지구계획 변경’ 고시를 보면 당초 계획에는 사회복지시설 660㎡가 있었지만,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회복지시설이 폐지 됐다. 도안 관계자는 “공사기간 동안 이주 대책이 없다는 문제외에도, ‘상가임대가 가능하다’는 불확실한 답변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의 집은 지난해 940명으로부터 ‘토마스의 집 강제 철거 반대’ 서명을 받아 관계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