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AMG 라인 E300 4매틱 베르데 실버 색상. 김수지 기자 |
서울 여의도에서 인천 영종도로 향하는 도로 위. 가속 페달을 밟았지만 차 안은 놀랄 만큼 조용했다. 속도는 빠르게 올라갔고, 차는 매끄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 4매틱을 타며 가장 먼저 체감한 건 ‘편안함을 전제로 한 성능’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300 4매틱 AMG 라인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로 꼽히는 중형 세단이다. E-클래스는 2024년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 세단으로, 75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비즈니스 세단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왔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단일 모델 최초 누적 판매 20만대, 11년 연속 베스트셀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승은 서울 여의도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약 60km, 왕복 120km 구간에서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를 오가며 진행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정숙성이었다.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ps), 최대토크 40.8kgf·m를 발휘하지만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신호 대기 후 출발하거나 시내를 천천히 지나갈 때는 ‘지금 엔진이 돌아가고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해 순간적으로 전기차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효율적인 주행 가능한 E300
E300 스티어링 휠. 김수지 기자 |
고속도로 진입 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차는 지체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출력이 억눌린 느낌 없이, 밟는 만큼 그대로 반응한다. 가속 과정에서 들려오는 배기음도 과하지 않다. 운전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만 남긴 채, 소음으로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속도를 어느 정도 올린 뒤에도 체감 속도는 낮았다. 부드럽게 밀어주는 가속감 덕분에 동승자가 계기판을 보고서야 실제 주행 속도를 인식할 정도였다. 실제 주행 속도와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E300 4매틱이 추구하는 편안한 고속 주행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브레이크 성능 역시 이번 시승에서 인상 깊었던 요소다. 감속 시 차가 앞으로 쏠리거나 급하게 멈춘다는 느낌이 없다. 천천히 밟아도, 급하게 밟아도 제동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다.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지점에서 정확히 차를 세운다. 동승자를 배려해야 하는 패밀리 세단이자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E300 4매틱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는 엔진이 주력으로 작동하고, 소형 전기 모터가 보조하는 구조다. 시동과 재가속 과정에서 엔진 개입이 매우 빠르고 부드러워 이질감이 거의 없다. 특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감속할 때 시속 10km 이하 구간에서 엔진이 꺼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는데, 정차 직전까지도 차는 매끄럽게 움직였다. 도심 주행에서 잦은 정차와 출발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도 피로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후면부의 모습. 김수지 기자 |
비포장도로 구간을 지나며 노면이 고르지 않은 환경을 만났지만 차체가 크게 출렁이거나 불안한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서스펜션은 노면 정보를 과하게 전달하지 않으면서도 차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주행 보조 기능은 크루즈 컨트롤을 중심으로 활용했다. 고속도로 주행 시 차간 거리 유지와 속도 조절이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전반적인 시스템 개입도 자연스럽다.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 기능으로서 충분한 신뢰감을 준다.
사운드는 훌륭하지만, 직관적이진 않아
차량 내부에는 사운드 시각화 기능이 포함된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가 있어 주행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김수지 기자 |
실내에서 체감되는 만족도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다시 한번 높아진다.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작은 볼륨에서도 저음을 단단하게 표현한다. 특히 밴드 음악을 들었을 때 베이스 기타와 같은 저역 악기의 질감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소리가 단순히 커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채우듯 퍼진다. 음악에 맞춰 시트가 미세하게 진동하는 기능도 더해져 몰입감은 한층 높아진다. 음악 감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운전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 요소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분명하다. 에어컨을 비롯한 주요 공조 기능이 물리 버튼 없이 디스플레이 터치 방식으로만 조작되는 점은 직관성이 떨어진다. 주행 중에는 시선을 화면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잦아질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기능은 풍부하지만 구조가 단순하지 않아 처음 접하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차 자체에 할 수 있는 기능은 많지만,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E300 4매틱은 화려함으로 시선을 끄는 차는 아니다. 대신 정숙함과 가속감, 승차감과 제동력까지 전반적인 균형으로 설득한다. 빠르지만 요란하지 않고, 편안하지만 느슨하지 않다. 수입 중형 세단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E300 4매틱은 ‘괜찮은 선택지’에 가깝다. 특별한 취향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일상과 비즈니스 어느 쪽에도 무리 없이 어울린다. 튀지 않지만 기본이 탄탄한 차를 찾는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모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