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시가총액 800조원.'
1969년 1월13일 '삼성전자공업'으로 첫발을 내디딘 삼성전자가 창립 57년을 맞은 날이다. 자본금 3억3000만원에 임직원 36명으로 시작한 삼성전자는 반세기 만에 글로벌 전자·IT(정보기술) 산업 지형을 바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최근 800조원을 넘어섰고, 임직원수는 약 13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 그룹 해체 이후 창립기념일을 '삼성반도체통신 합병일'인 11월1일(1988년)로 변경해 운영 중이다. 1938년 삼성상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삼성그룹은 올해 창립 88주년을 맞는다.
━
'경공업→전자산업'…국가 운명 바꾼 삼성전자의 시작
━
1960년대 정부 수출 드라이브 정책 속에 태동해 가전 국산화를 넘어 반도체 신화를 쓰기까지 삼성전자 역사는 대한민국 산업 발자취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한국 경제는 경공업 중심 수출 전략 한계에 직면해 있었고 정부는 중화학 공업과 전자 공업 육성을 새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었다.
━
1960년대 정부 수출 드라이브 정책 속에 태동해 가전 국산화를 넘어 반도체 신화를 쓰기까지 삼성전자 역사는 대한민국 산업 발자취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한국 경제는 경공업 중심 수출 전략 한계에 직면해 있었고 정부는 중화학 공업과 전자 공업 육성을 새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 시기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전자 산업이 장차 한국 장래를 짊어질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전자 사업 진출을 결심했다.
그는 물류업인 삼성상회를 시작으로 설탕과 비료, 섬유(방직), 제지 등 제조업을 비롯해 보험과 은행 등 금융업 등 여러 사업을 성공했고, 미래 먹거리로 전자 산업을 낙점하고 투자를 집중하기로 한다.
국내 최초로 순간 수상방식을 적용한 삼성전자 '이코노 TV'./사진=삼성전자 |
1969년 삼성전자 설립 당시 국내 가전 시장은 금성사(현 LG전자)가 선점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기술력 부족으로 일본 산요전기와 합작을 통해 초기 기술을 습득해야 했다. 1970년 흑백 TV(P-3202) 생산을 시작으로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 가전 생산에 돌입했다. 1972년에는 흑백 TV 독자 생산에 성공하며 국산화 기틀을 다졌다.
삼성전자는 1970년대 중반 기술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시도했다. 당시 진공관TV는 화면이 켜지기까지 예열 시간이 필요했는데, 삼성전자는 전원을 켜자마자 화면이 나오는 '이코노TV'를 내놔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냉장고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제조 난도가 높지만 '성에가 끼지 않는' 간냉식 방식을 채택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79년엔 카세트 라디오 부문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1984년 반도체 생산 라인을 돌아보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
━
역사적 변곡점 1983년 '도쿄선언'…첨단 반도체 산업으로 진출
━
삼성전자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곡점은 '반도체 사업' 진출이었다. 지금 삼성전자를 만든 반도체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1974년 12월 이건희 당시 동양방송 이사가 사재를 털어 파산 직전 한국반도체를 인수했으나, 기술 부족과 적자 누적으로 그룹 내부 반대 여론이 많았다. 이건희 아버지인 이병철 회장도 처음에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83년 2월8일 아침,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사업 본격 진출을 알리는 이른바 '도쿄 선언'을 발표한다. 이병철 회장은 홍진기 당시 중앙일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뭐래도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할 것이니 이 사실을 내외에 공표해 달라"고 말했다.
1983년 12월 12일 64K D램 개발생산 기념식에서 이병철 회장/사진출처=삼성전자 |
당시 국내 산업계와 해외 언론은 "TV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최첨단 반도체에 도전한다"며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삼성은 미국 마이크론 등으로부터 기술 연수를 시도했으나 냉대를 받았고 결국 독자 개발 노선을 택했다. 개발팀은 밤낮없는 연구 끝에 1983년 11월 개발 착수 6개월 만에 64K 메모리 반도체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이룬 쾌거였다. 선진국과 10년 이상 벌어져 있던 기술 격차를 단숨에 3~4년으로 단축한 사건이었다.
64K D램 성공 이후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하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을 추월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 이래 현재까지 30년 넘게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7년 IMF외환위기는 삼성전자에게도 시련이었다. 고금리와 환율 폭등 속에서 삼성전자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선택과 집중' 전략을 단행했다. 1998년 전력용 반도체 사업 부문을 페어차일드에 매각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메모리 반도체와 LCD, 휴대폰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가전과 모바일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사진=뉴시스. |
2020년대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모바일·가전(DX) 등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거대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 부문에선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모바일 부문에선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으며,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가전 부문 역시 비스포크(BESPOKE) 등 맞춤형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창립 57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단순한 영리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쌀이자 경제 안보 핵심 물자로 격상됐고, 삼성전자 초미세 공정 기술력과 메모리 생산 능력은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