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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옆 환자 죽이고 하이파이브까지…‘병원 방임’ 드러난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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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옆 환자 죽이고 하이파이브까지…‘병원 방임’ 드러난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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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18일 밤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김도진(가명, 32)씨의 목을 조르고 발로 등을 밟아 살해한 이들이 30분 여분 뒤 간호사가 다녀가자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CCTV 갈무리

2022년 1월18일 밤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김도진(가명, 32)씨의 목을 조르고 발로 등을 밟아 살해한 이들이 30분 여분 뒤 간호사가 다녀가자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CCTV 갈무리




2022년 울산의 정신의료기관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환자간 살인 사건이 벌어져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32)씨가 숨졌다. 한겨레는 유족 등을 통해 사건 당일 병원 폐회로텔레비전(CCTV, 시시티브이) 영상을 입수해 전한다.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6시간 동안의 병동 복도 상황을 담은 영상은 충격적이다. 가해자들의 범행 과정뿐 아니라 병동 내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환자 간의 폭력과 괴롭힘, 병원의 방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병원은 지난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직권조사를 거부했다.







두 사람은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방 앞에서 다섯번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들이 발로 짓밟고 목을 조른 피해자는 방안에 쓰러져 있었다. 끔찍한 의식이었다.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는 4년 전인 2022년 1월18일 울산시 울주군의 정신병원인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 입원 중 다른 환자 2명에 의해 폭행당해 숨졌다. 시시티브이 영상은 당시 전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경찰 수사와 1심 판결은 이 사건을 정신병원 입원생활을 견딜 수 없어 차라리 교도소로 가려 했던 이들의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했다. 하이파이브 행위는 그 단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씨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몬 이들은 두 살인자만이 아니었다. 시시티브이는 책임을 져야 할 또 다른 가해자를 말없이 비추고 있었다.



밤 9시44분 병동 복도의 불이 꺼지자마자 영상 속에서 피해자 김씨는 옷을 입지 않은 채 503호실 밖을 향해 탈출을 시도했지만, 가해자들에게 목이 졸려 제압돼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시시티브이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은 되지 않는 듯, 간호사는 환자들의 신고를 받고 27분 만인 10시11분이 돼서야 나타났다. 그리고 김씨가 차가운 주검이 돼 들것에 실려 나간 11시47분까지 아무런 응급조처도 하지 않았다.



폭력에 노출된 이는 김도진씨만이 아니었다. 살해 전후인 밤 8시4분, 8시18분, 8시28분, 9시48분, 9시52분 환자들 간에 머리를 발로 차고 짓밟거나, 방안의 환자가 다른 이에게 맞아 복도로 쓰려져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가해자 중에는 김씨를 죽인 이도 있었다. 폭행이 반복됐지만 의료진이 개입하거나 상황을 파악하려 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022년 1월18일 밤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복도를 비추는 시시티브이. 이날 밤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다른 환자에 의해 목이 졸리고 등을 짓밟힌 뒤 살해됐다. CCTV 갈무리

2022년 1월18일 밤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복도를 비추는 시시티브이. 이날 밤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다른 환자에 의해 목이 졸리고 등을 짓밟힌 뒤 살해됐다. CCTV 갈무리


반구대병원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ㄱ씨는 한겨레에 “이전부터 병원이 병동을 짐승 우리처럼 관리했다”고 말했다. 정신병원에서 10년 이상 일했던 간호사 ㄴ씨는 이 영상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 의료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 김씨의 동생 김지나(가명, 35)씨는 “병원이 공범”이라고 했다. 반구대병원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는 사이 2024년 7월17일엔 또 다른 지적장애인 강아무개(49)씨가 이 병원의 다른 폐쇄병동 휴게실에서 동료 환자에게 폭행을 당한 뒤 4개월 만에 숨졌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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