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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짐승 우리’ 같은 폐쇄병동…환자는 구조받지 못하고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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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짐승 우리’ 같은 폐쇄병동…환자는 구조받지 못하고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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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18일 밤 9시19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한 환자의 손에 이끌려 503호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김씨 살해를 주도한 주범이고, 왼쪽은 종범이다. 피해자 김씨가 옷을 벗은 채 탈출을 시도하다가 이들에 의해 방안으로 밀려들어간 시각은 25분 뒤인 9시44분이었다. CCTV 갈무리

2022년 1월18일 밤 9시19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한 환자의 손에 이끌려 503호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김씨 살해를 주도한 주범이고, 왼쪽은 종범이다. 피해자 김씨가 옷을 벗은 채 탈출을 시도하다가 이들에 의해 방안으로 밀려들어간 시각은 25분 뒤인 9시44분이었다. CCTV 갈무리




“환자들을 구출하라.”



울산시 울주군의 정신의료기관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2022년 1월과 2024년 7월 잇따라 발생한 환자 간 폭행·사망 사건이 보도된 뒤,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는 성명을 내어 ‘구출’이라는 표현을 썼다. 병원 쪽은 두 사건과 관련해 자신들이 져야 할 환자 보호의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월 직권조사를 위해 방문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단의 조사도 거부했다. 한겨레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유족 등을 통해 김도진(가명·32)씨가 숨진 첫 사건 당일인 2022년 1월18일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이 병원 5병동 복도를 비춘 폐회로텔레비전(시시티브이) 영상을 입수해 분석했다.



영상에는 사건 전후 상황뿐 아니라, ‘구출’이 필요한 환자들의 위험한 환경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저녁 식사가 막 끝난 듯했다. 환자들이 복도를 쉼 없이 지나다녔다. 자신의 방이나 화장실에 가기도 했지만, 하릴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연령대는 청년부터 고령층까지 다양했다. 상태도 제각각이었다. 발을 절뚝거리거나, 복도 벽을 잡고 힘겹게 걷기도 했다.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두 명의 환자는 아예 걸을 수 없는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엉덩이를 앞으로 밀며 이동했다. 옷을 입지 않은 채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몇몇은 복도에 앉거나 널브러져 있었다.



폭행·살인사건 피해자 김도진(가명·32)씨가 2022년 1월18일 복도 끝에서 방 쪽으로 다가오며 등장한 시각은 저녁 6시27분이었다. 그는 물을 한 잔 마시더니 천천히 걸어왔다. 환자복 상의를 벗은 채였다. 이씨는 3살 때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고 이후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자신이 향하는 바로 그 방에서 불과 4시간여 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얼굴에는 웃음기까지 머금었다.




입원환자가 200명 조금 넘는 이 병원에는 지적 장애인 비중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병원에 비해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많이 받아 ‘끝병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체격이 건장한 이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살인을 주도한 주범 박아무개씨도 건장했다.



의료진의 질서 유지와 통제는 전혀 없었다. 정신병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지닌 간호사 ㄴ씨는 영상 속 환자들의 모습을 보고 “자유시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진찰과 투약, 주사처방 등 치료행위로부터 벗어난 이 시간, 시시티브이 영상에서는 내부 권력관계가 뚜렷이 눈에 들어왔다. 표면적으로 힘의 우열은 체격과 걸음걸이로 구분됐다. 작고 왜소한 이들을 향한 폭행 피해가 반복됐다.



저녁 8시4분, 윗옷을 벗은 한 환자가 복도 끝에 앉자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청년이 다가오더니 그의 몸과 머리를 왼쪽 발로 차기 시작했다. 8시4분48초부터 8시5분40초 사이 50회 가까이 가격했다. 한참 동안 왼쪽 발을 웃통 벗은 환자 얼굴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는 김도진씨 살해에 종범으로 가담한 자다. 체격도 컸고 몸놀림도 빨랐다. 힘의 우위를 이용한 명백한 괴롭힘과 폭행이었다. 하지만 둘을 떼어놓거나 피해자를 구조하려는 의료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2022년 1월18일 밤 8시28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복도에서 한 환자가 누워있는 또 다른 환자의 머리를 발로 짓밟고 있다.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자를 구조해야 할 의료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CCTV 갈무리

2022년 1월18일 밤 8시28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복도에서 한 환자가 누워있는 또 다른 환자의 머리를 발로 짓밟고 있다.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자를 구조해야 할 의료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CCTV 갈무리


10여분 뒤인 8시17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가해자와 피해자도 동일했다. 피해 환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웅크리고 앉아 발길질을 견뎌냈다. 괴롭힘은 복도 중간으로 옮겨져 계속됐다. 가해 환자가 떠나자 8시28분부터 다른 이가 피해 환자를 또다시 폭행했다. 수차례 발로 얼굴을 짓밟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역시 의료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에는 모포와 의복이 부족한 듯 보였다. 환자들은 모포 하나를 놓고 서로 잡아당기며 실랑이를 벌였고, 다른 사람의 하의를 빼앗아 벌거숭이로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병원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ㄱ씨는 한겨레에 이런 병동의 모습을 “짐승 우리”라고 표현했다. 상태가 심한 환자와 덜한 환자들의 생활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사육장처럼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환자가 환자에게 맞고, 물어뜯기고, 찢어지고 다치는 일이 다반사다. 병동에 들어가면 놀라서 눈을 의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이는 영상 속에서 확인됐다. 그는 김씨 사망 2년 뒤인 2024년, 이 병원 3병동 휴게실에서 재차 벌어진 강아무개씨 폭력·사망 사건을 제보한 인물이다.



간간히 복도를 오가던 김도진씨가 마지막으로 사건이 벌어진 방으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된 시각은 9시19분이었다. 한 환자에게 이끌린 채였다. 역시 환자복 하의만 입은 채였다. 이 순간 영상을 보면 주범은 오른쪽에서 뒤돌아 있고, 종범은 왼쪽에서 이를 바라본다. 의도된 유인이었을지 모른다. 두 사람은 김씨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후 방으로 걸레와 물수건이 들어가는 등 심상치 않은 상황을 추정하게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9시43분, 병동의 불이 모두 꺼졌다. 취침을 위한 소등이었다.



2022년 1월18일 밤 9시44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옷을 벗은 채 밖으로 나가려다가 살해범들에 가로막혀 목이 졸린 채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다. 시시티브이를 모니터링해야 할 의료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CCTV 갈무리

2022년 1월18일 밤 9시44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옷을 벗은 채 밖으로 나가려다가 살해범들에 가로막혀 목이 졸린 채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다. 시시티브이를 모니터링해야 할 의료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CCTV 갈무리




그리고 9시44분. 김도진씨가 당황한 표정으로 옷을 벗은 채 방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불이 꺼진 지 1분 만이었다. 주범과 종범이 앞을 가로막았고, 종범이 김씨 목을 조르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시시티브이는 방 내부를 비추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두 사람은 계속 피해자 목을 조르며 넘어뜨린 뒤 발로 등을 밟아 숨을 못 쉬게 했다. 조금 뒤 병동 복도는 분주해졌다. 다른 방 환자들이 번갈아가며 503호 앞에서 내부를 주의 깊게 들여다봤다. 주범과 종범은 방을 나와 화장실을 다녀오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방 앞에서 무언가를 상의했다. 이들은 이후 웃으며, 다섯 번이나 하이파이브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신병원을 벗어나 교도소를 가기 위한 계획적 살인범행이었다.




한참 뒤인 10시11분, 신고를 받고 플래시를 든 간호사가 503호로 왔다. 간호사는 돌아간 뒤 심전도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기계를, 보호사는 산소통을 들고 왔다. 다만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인권위가 유족의 진정에 따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산소통은 연결할 줄이 없었다. 간호사는 누군가와 계속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이었다. 2시간이 다 돼도록 응급처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간호사는 인권위 조사 때 본인이 자의적으로 사망 판정을 내렸다고 했다. 다른 직원들이 속속 도착했지만, 김도진씨는 끝내 구조받지 못했다. 11시49분, 그는 눈을 감은 채 이동식 침대에 실렸다. 시시티브이 영상은 끝났다.



2022년 1월18일 밤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다른 환자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의식을 잃은 뒤 한참이 지나 간호사가 나타났지만 응급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밤 11시49분 김씨가 방 밖으로 나와 이동식 침대에 옮겨지고 있다. CCTV 갈무리

2022년 1월18일 밤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다른 환자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의식을 잃은 뒤 한참이 지나 간호사가 나타났지만 응급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밤 11시49분 김씨가 방 밖으로 나와 이동식 침대에 옮겨지고 있다. CCTV 갈무리


정신병원에서 10년 이상 간호사로 근무한 경력을 지닌 ㄴ씨는 “이렇게나 건장한 청년들이 있고 시시각각 폭력 상황이 반복되며 자·타해 위험성이 큰데, 간호사와 보호사가 환자 상태를 전혀 모니터링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탄식했다. 그는 불법 격리·강박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여러 정신의료기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제가 있던 병원도 최악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개입을 안 하지는 않는다. 큰소리만 들려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려 했다”며 “반구대병원은 정신의료기관이라고 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평했다.



김도진씨의 동생 김지나(가명, 35)씨는 “영상을 보는 내내 답답했다. 영상 속으로 들어가서 오빠를 지켜주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오빠가 죽어가는 동안 관리자들은 뭐했나. 왜 아무 도움을 못 받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시시티브이 영상 속의 병동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 김씨가 목이 졸린 뒤 방 안에서 의식을 잃은 뒤에도 옆방에서 폭력은 계속됐다. 9시48분과 9시52분 두 번에 걸쳐 방 안에서 가격을 당한 환자가 복도로 나동그라졌다. 치료와 안정을 위해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의 성명처럼 “구출”이 필요해 보였다. 구출을 해야 할 이는 수사당국과 보건당국이다. 2022년 울주경찰서는 똑같은 시시티브이 영상을 확보했지만 폭력을 방임하는 병원의 책임을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울주군 보건소는 매해 병원을 방문해 지도점검을 했지만 결과는 늘 “특이사항 없음”이었다.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위치한 반구대병원(왼쪽 노란 건물). 오른쪽은 반구대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건물이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위치한 반구대병원(왼쪽 노란 건물). 오른쪽은 반구대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건물이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9일 한겨레에 “반구대병원에 대해 언론의 관심이 많은 만큼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울산시에서도 (반구대병원) 이미 조사를 여러 번 나간 것으로 안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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