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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뒷돈 혐의 김경 ‘美 일정 비공개’···경찰 봐주기 수사 논란

서울경제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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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뒷돈 혐의 김경 ‘美 일정 비공개’···경찰 봐주기 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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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텔레그램 지우고 증거인멸 정황
경찰 “수사 협조적” 신병 확보 미온적
강선우 폰 비번 거부···뇌물 규명 난항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대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미국 체류 중 텔레그램 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뚜렷한데도 수사팀이 피의자의 협조를 이유로 신병 확보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탓이다. 뇌물 수수 당사자인 강 의원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라 혐의 입증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12일 경찰은 김 시의원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주된 이유로 ‘수사 협조’를 들었다. 경찰과 협의해 예정된 귀국일을 앞당기는 등 수사에 응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경찰의 설명과 달리 김 시의원의 행보는 엇박자를 냈다. 김 시의원은 정작 미국 내 세부 동선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등장해 엄지척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목격돼 빈축을 샀다. 강제수사가 필요한 초기 단계부터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협조 여부를 거론하며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초동 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고 김 시의원은 지난달 31일 출국해 11일 만에 귀국했다. 김 시의원이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나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경찰은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 신청 등 신병 확보를 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수사팀이 시의원 일정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김 시의원 혐의는 1억 원 뇌물 공여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액수가 1억 원을 넘으면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다. 김 시의원은 자수서를 제출해 1억 원 공여 행위를 인정했지만 이 또한 뒷북 제출 논란이 인다. 당초 혐의를 부인하다 강 의원이 돈 전달을 시인하고 도피성 출국 의혹이 불거진 뒤에야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증거인멸 우려도 현실화했다. 김 시의원은 수사 시작과 동시에 미국으로 향했고 급한 용무나 일정은 없었다. 미국 체류 중 두 차례 텔레그램 메신저를 탈퇴하고 재가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법조계에서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적지 않음에도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사 과정의 실효성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김 시의원 첫 조사는 전날 오후 11시에야 시작됐다. 심야인 데다 시차 탓에 김 시의원은 건강상 이상을 호소했고 제대로 된 문답이 이뤄지지 못했다. 압수물 분석이 선행된 뒤 피의자를 소환하는 통상 절차와 달리 입국 당일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가 동시에 진행된 점도 부실 수사 우려를 키운다.

수사는 난항이 예상된다. 텔레그램 세탁 정황이 있는 김 시의원은 비밀번호를 해제한 상태로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반면 강 의원은 전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최신형 아이폰을 제출하면서 비밀번호 제공은 거부했다. 경찰은 강 의원 휴대전화 포렌식과 김 시의원 재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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