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현행 화장품 분류 일회용품 대상서 제외
제조사에 폐기물부담금 등 부과 못해…‘친환경’ 광고도 제재 불가
해외선 판매 금지 등 선제적 조치…“법적 지위 확립해 규제해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현행 화장품 분류 일회용품 대상서 제외 제조사에 폐기물부담금 등 부과 못해…‘친환경’ 광고도 제재 불가 해외선 판매 금지 등 선제적 조치…“법적 지위 확립해 규제해야”
가정이나 식당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물티슈 투기로 막힌 하수관로를 유지하는 데에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쓰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티슈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처리 비용을 제대로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2일 공개한 ‘물티슈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적 검토’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물티슈는 화장품법상 ‘인체 세정용 화장품’으로 분류돼 일회용품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물에 녹지 않는 물티슈는 플라스틱 계열의 합성섬유로, 미세플라스틱 발생과 하수도 막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 유해성 측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이나 비닐봉지에 버금가지만, 법적 분류 탓에 일회용품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물티슈는 표시·광고에서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화장품인 만큼 제조사가 ‘천연 펄프’ ‘순면 느낌’ 등 친환경 이미지를 앞세워 홍보를 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다. 물티슈의 친환경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시험 표준이나 기준, 인증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제조사들은 하수 시스템에서 분해되지 않는 물티슈를 두고 ‘변기에 버려도 된다’고 광고한다.
생산자에게 환경적 책임을 부과하는 ‘오염자 부담원칙’ 역시 적용하지 못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하수도 통계와 주요 지방자치단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하수관로 유지관리비는 연간 25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물티슈 투기로 인한 긴급 준설·펌프 고장 수리에만 매년 1000억원 이상 쓰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하수처리장 스크린 공정에서 발생하는 협잡물의 약 80~90%는 물티슈로 확인됐다.
물티슈 투기로 인해 발생하는 복구 비용은 모두 지자체 부담으로 돌아간다.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들은 결국 하수도 요금을 인상해 부담분을 메운다. 물티슈로 인한 환경 피해의 비용을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다.
다 쓴 물티슈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지만, 현행법상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제조사는 별도 부담금을 내지 않는다. 폐기물부담금제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유해물질을 함유했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제조자에게 폐기물 처리비에 상응하는 금액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플라스틱 제품과 고합성수지 아이스팩, 일회용 기저귀 등에는 폐기물부담금이 부과된다.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물티슈를 명확히 ‘환경 규제 대상’으로 보고 생산 단계부터 관리한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함유 일회용 물티슈 판매 금지’ 법안을 발표했다. 올해 12월 웨일스를 시작으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등으로 물티슈 판매 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하는 모든 물티슈를 규제 범주에 넣기로 했다. 생산·유통 단계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원천 차단하는 선제적 규제를 통해 환경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독일은 일회용 플라스틱 기금법을 통해 2023년부터 특정 플라스틱 제조사에 ㎏당 0.061유로의 물티슈 부담금을 징수하고 있다. 제조사로부터 거둬들인 부담금으로 지자체 공공 청소와 하수도 관리비용을 충당한다. 아울러 유럽연합(EU)은 제조사로 하여금 물티슈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법체계 내에서 모호하게 취급되고 있는 물티슈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확립해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의 틀 안으로 온전히 편입해야 한다”며 “표시·광고 개선과 생산자책임제 도입, 플라스틱 함량 규제와 사용 제한, 플라스틱 물티슈의 전면 판매 제한까지 순차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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