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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시 없이 간호사가 정신병원 환자 격리…인권위 ‘위법’ [세상&]

헤럴드경제 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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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시 없이 간호사가 정신병원 환자 격리…인권위 ‘위법’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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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환자 격리·연장, 사전 지시 없이 진행
실제 격리 시간과 기록도 서로 달라
인권위 “신체 자유 침해, 관리·감독 책임도 병원장”
간호사가 주사를 놓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간호사가 주사를 놓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신의료기관에서 간호사가 전문의 지시 없이 환자를 격리·연장한 행위는 위법이라며 징계와 재발 방지 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격리·강박은 치료나 보호 목적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전문의 지시와 법적 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가 12일 공개한 결정문에 따르면, 한 정신의료기관에서 간호사 2명은 미성년 환자를 전문의 지시 없이 보호실에 격리하고 별도의 전문의 판단 없이 격리 상태를 연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격리 후 전문의에게 사후 보고만 이뤄졌고, 실제 격리 시간과 기록 내용도 일치하지 않았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CCTV 영상과 진료기록, 격리·강박 기록지 등을 종합해 “격리 시행과 연장은 전문의의 사전 지시가 필수임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정한 절차를 명백히 어긴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일부 사례에서는 전문의가 1시간 격리를 지시했음에도 실제로는 4시간 이상 격리가 지속됐고, 격리 중 환자의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음에도 기록지에는 측정한 것처럼 기재된 정황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를 두고 격리·강박 기록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돼 환자의 신체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관리·감독 체계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병원장에게 격리·강박 관련 직무교육을 전 직원 대상으로 실시하고, 병원 내 격리·강박 현황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간호사 2명에 대해서는 전문의 지시 없이 격리를 시행·연장한 책임을 물어 징계할 것을 주문했다.

관할 보건소장에게는 해당 병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내 의료기관에 사례를 전파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측은 “격리·강박은 환자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명백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이를 회피할 수 없는 경우에만 최후 수단으로 허용되는 조치”라며 “이번 결정은 정신의료기관 현장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는 자의적 격리·강박을 바로잡기 위한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