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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길었던 적자 터널 지나 드디어 빛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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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길었던 적자 터널 지나 드디어 빛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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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지난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그동안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도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만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수주가 잇따르며 2026년 흑자 전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매출 93조 원, 영업이익 20조 원을 기록하며 분기 영업이익률 21.5%를 달성했다. 연간 영업이익률 역시 13.1%로 전년(10.9%) 대비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실적 호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강세가 주도했지만, 파운드리 사업의 체질 개선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수년간 수율 문제와 가동률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장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2023년 3분기 12.4%에서 2025년 3분기 6.8%까지 추락하며 1위 TSMC(71%)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부문의 적자 규모가 1~2분기 2조 원대에서 4분기 1조 원 미만(7000억~1조 원 초반 추정)으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반등의 배경에는 경쟁사 TSMC의 생산 능력 포화에 따른 낙수 효과와 주요 고객사들의 멀티 파운드리(공급처 이원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TSMC의 3나노(nm) 및 5나노 라인 주문이 밀리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원하는 팹리스(설계) 기업들이 삼성전자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굵직한 대형 수주를 연이어 성사시켰다. 지난 2025년 7월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의 AI6 칩 생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8월에는 애플이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칩을 삼성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과거 고객이었던 AMD의 복귀 가능성도 유력하다. 서버용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SF2P) 도입을 논의 중이며, 내년 초 계약 체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퀄컴과 협력해 판을 키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말 공개한 스냅드래곤8 5세대를 갤럭시에 대규모로 공급하면서, 동시에 이를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로 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TSMC와의 협력을 유지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으로 선회하는 극적인 순간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엑시노스 존재감을 일부 포기해야 하지만 파운드리 인프라를 키울 수 있고, 퀄컴 입장에서는 스냅드래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논의 자체가 이어졌던 것은 사실로 본다"고 말했으나 양사가 이러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며, 메모리 호황과 파운드리 턴어라운드가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이종호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TSMC가 2나노 공정을 시작했지만 생산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삼성에게 기회"라며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사 확보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는 삼성 파운드리가 만년 적자 꼬리표를 떼고 실적 효자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월 말 진행될 확정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구체적인 수주 현황과 2026년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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