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19년째 표류 ‘차별금지법’ 22대 국회 통과 재도전

한겨레
원문보기

19년째 표류 ‘차별금지법’ 22대 국회 통과 재도전

서울맑음 / -3.9 °
손솔 진보당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무지개행동, 민주노총 등과 함께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손솔 진보당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무지개행동, 민주노총 등과 함께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동료 국회의원 여러분, 이번 국회에서는 피하지 말고 차별금지법 제정합시다. 시민 여러분, 제정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12일 손솔 진보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차별금지법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22대 국회 개원 1년6개월 만에 첫 발의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출신국가, 혼인여부, 성적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고용과 교육 분야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손 의원은 “(탄핵) 광장에서 확인된 사회대개혁 요구 1순위는 차별금지법 제정이었다”며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왜곡하는 세력의 공격이 두려워 논의를 미룬 결과,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은 죽여도 된다는 불법 계엄이 벌어졌다. 특정국가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리에서 모욕과 위협을 당하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이 이날 “동료 국회의원”에게 각별히 호소한 까닭은 차별금지법이 그동안 국회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와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공약이었을 정도로 오랜 과제였고, 2007년 정부안으로 처음 발의됐다. 국가인권위원회뿐만 아니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자유권위원회 등도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19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7·18·19·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해당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실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발의안이 철회되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 등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법안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024년 세계보고서’에서 “한국은 차별금지법이 없는 몇 안 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오이시디 38개 회원국 중에서 한국과 일본만 차별금지법이 없다.



22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발의가 쉽지 않았다. 손 의원이 국회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고,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손편지를 보내며 발의정족수 10명을 모아 비로소 지난 7일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법안엔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원·서왕진·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전종덕·정혜경·윤종오 진보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법안엔 노동영역의 차별범위를 ‘근로계약’에서 ‘노무제공 계약’으로 확대했고, 인권위가 차별 피해자를 대리해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조항 등이 새롭게 추가했다.



시민단체는 환영했다.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19년 동안 차별금지법을 가로막으며 혐오를 선동한 극우세력에 의해 이제는 민주주의 토대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한 순간도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정경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그리스도가 삶으로 보여준 복음의 핵심은 환대와 사랑이다. 이제 국회와 종교, 특히 개신교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때”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