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승계산성(왼쪽)에서 철제 다기(오른쪽 위), 다리 달린 거울(오른쪽 아래) 등 지배계층이 사용하던 유물이 출토됐다. 아산시는 이 산성이 한성백제시기 온조왕이 세운 탕정성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산시 제공 |
‘온조왕 36년(서기 18년) 가을 7월에 탕정성을 쌓고 대두성 민가들을 나누어 살게 했다’(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조)
삼국사기,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면, 온조왕(?~28년)은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소서노의 아들로 이복형 유리가 태자로 책봉되자 남쪽으로 내려와 기원전 18년 위례성에서 한성백제를 건국했다. 이를 근거 삼으면 탕정성은 2008년 전 온조가 위례성 남쪽에 건설한 신도시인 셈이다.
아산시는 영인면 신봉리·둔포면 신항리 경계인 승계산(해발 175m) 정상부에서 한성 백제시기에 축성한 것으로 보이는 산성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승계산성으로 이름 붙은 이 유적지에서는 지난 2022년, 2025년 두 차례 정밀지표조사와 지난해 11월16일~12월10일 국가유산청의 긴급발굴조사에서 토축성벽과 동진제 청자, 철제초두, 철복, 시유도기 등이 출토됐다. 발굴은 추정 북문지와 북벽·동벽 일부, 집수지, 성내 평탄대지면 등 3개 구역에서 34기의 도랑 모양 구조물(트렌치)을 설치하고 진행했다.
토축성벽은 흙을 층층이 다져 쌓는 판축 기법으로 초기 백제의 성 제작기술이다. 철제초두는 3개의 다리와 긴 손잡이가 있으며 차를 우려내기 위해 물을 끓이는 다도 용기다. 철복은 휴대용 취사도구, 시유도기는 유약을 바른 고급 그릇이다. 또 4개의 다리가 있고 반대편에 둥근 판이 달린 철제 유물이 출토돼 관심을 모았다. 지원구 아산시 학예연구사는 “발굴한 뒤 용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기 궁중 여성의 모습을 그린 고개지의 ‘여사잠도’에 등장하는 ‘세워놓는 거울’과 모양이 유사하다”며 “출토 유물들 모두 당시 한반도를 지배한 최고위층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여 승계산성이 삼국사기에 기록된 탕정성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아산시는 “탕정성을 아산지역으로 보는 데에 학계의 이견은 없지만, 한성기 백제가 실제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 지역에 진출했는지를 밝힐 고고학적 자료는 부족했다”며 “이번 발굴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승계산성이 새롭게 조명됐고 지표면에서 한성기 토기와 함께 중국 동진제 시유도기도 출토돼 고고학적인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지원구 학예연구사는 “승계산성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활용 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추가 정밀발굴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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