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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잇는 세대, 단양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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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잇는 세대, 단양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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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문근 단양군수

'시케토 타러 가자' 어릴 적 겨울이면 친구들과 자주 주고받던 말이다. 겨울이면 얼음판 논에서 매일 '시케토'를 탔다. 그 시케토는 송판에 철사를 덧대어 직접 만들었다. 쇠날을 사서 제대로 만든 부잣집 아이들의 시케토가 부러웠다.

그 땐 '썰매'라고 하지 않고 '시케토'라고 했다. '썰매'는 다른 것인 줄 알았다. 훗날 그것이 스케이트(skate)의 일본식 발음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얼마나 허탈했던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도라꾸(truck), 고뿌(cup), 도라무깡(drum can), 빵꾸(punk), 제무시(GMC) 등 일본식 영어 발음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어쨌든 그 시케토를 타 본지 반 백년이 지났다. 이젠 얼음판 논도 없으니 구경도 어렵다. 그리움 속에만 남아 있다. 가난했던 그 시절 겨울은 눈도 많았고 고리땡 바지에 왜 그리 추웠던지… 그래도 마음은 따뜻했다. 집집마다 대가족이었고 마을마다 아기 울음소리, 아이들 짹짹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던 희망의 시대였다. 그래서 더 그리운 그 겨울이다.

최근 복고풍(레트로)이 유행인 걸 보면 '나만의 그리움'이 아니라 '모두의 그리움'으로, '내 추억'에서 '우리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너무 빨라진 현재를 잠시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빠르고 날카로운 디지털 시대에 불편함 자체가 오히려 감성이 되는 시대인 듯하다.


그래서 우리 단양군에서는 겨울놀이 축제를 계획했다. 오는 1월 23일부터 3일간 대강 오토캠핑장 앞 냇물 얼음판에서 겨울의 추억과 동심을 소환하는 축제다. △얼음놀이로 시케토(썰매), 외발이(외발썰매), 이색컬링, 팽이치기, 얼음판 줄다리기 △민속놀이로 윷놀이, 딱지치기, 망월이 돌리기(쥐불놀이), 연날리기, 엿치기, 낙화놀이 △연, 제기, 팽이, 쥐불놀이 깡통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마당 △붕어빵, 달고나, 쫀드기, 고구마, 감자 등 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다. 다행히 전국적으로도 유사 축제가 없으니 더 기대된다.

대형시설이나 고가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 로컬 재료면 된다. 직접 깎은 윷으로 부직포가 아닌 멍석에서 하는 윷놀이, 가스가 아니라 연탄불에서 만드는 달고나, 장작불에 구워 먹는 고구마…

느리고 불편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경험이 오히려 힐링이 될 수 있다. 없애는 개발이 아니라 기억을 살리는 재생이 더 의미 있듯이 디지털 공간이 넘치는 이 시대에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노는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노년층은 '내가 저거 하며 컸지' 하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장년층에게는 자녀와 손주에게 가르쳐주는 기쁨을, 청년층에게는 색다른 체험과 사진·SNS 콘텐츠를, 어린이에게는 몸으로 뛰노는 진짜 놀이를 체험토록 하는 등 전 세대가 함께 주인공이 되는 축제가 될 것이다.

노·장년층은 관객이 아니라 증인이고 그 시절을 증언하는 해설자이자 스승, 그리고 주인공이 된다. 어른이 가르치고, 아이가 배우는 구조다. 손주와 함께 썰매를 타면서 그 겨울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외발이를 타면서 균형과 도전정신을 키워주고, 팽이를 돌리면서 힘보다는 요령임을 알려주고, 새해의 소망을 함께 적어 연을 날리고, 망월이 불을 돌리면서 풍년과 평안을 함께 기원하는 등 놀이 자체가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기억은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건네줄 때 비로소 살아난다. 어릴 적 놀던 것을 이렇게 자녀, 손주에게 가르쳐주면서 아버지의 겨울을 얘기하고 할아버지의 놀이가 손주의 웃음이 되는 날이 된다면 교육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아주 좋은 날이 될 것이다.

우리 단양군의 생활인구 비율은 전국 5∼9위로 높지만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엔 급격히 낮아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리는 제1회 단양 겨울놀이 축제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리운 그 시절 그 놀이'를 통해 세대가 서로를 기억하고 이어지는, 즐거운 한마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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