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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계엄 규탄이 ‘정치행동’? 반자유주의자? …한중연 교수들, 이사장·원장에 “내란 세력 퇴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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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계엄 규탄이 ‘정치행동’? 반자유주의자? …한중연 교수들, 이사장·원장에 “내란 세력 퇴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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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가 지난 9일 낸 성명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 제공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가 지난 9일 낸 성명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 제공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이사진과 교수협의회 사이에 12·3 불법계엄에 대한 시국선언과 인사 문제 등을 두고 내홍이 불거졌다. 불법계엄을 규탄하는 한중연 교수들의 성명을 일부 이사진이 “정치적 행동”으로 본 사실도 드러났다.

12일 한중연에 따르면 한중연 교수협의회는 지난 9일 ‘헌법 수호와 학문의 자유를 위해 내란 세력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한중연의 일부 이사가 한중연 교수들의 12·3 내란 규탄 시국선언을 두고 ‘기관 발전에 중요한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규정했다”며 “한중연 교수들의 학문·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압박일 뿐 아니라 이들 이사진이 얼마나 반헌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한중연은 한국학 진흥 및 민족문화 창달을 목표로 삼으며 국립대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된다. 한국학대학원을 두고 있으며, 한중연 교수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 부여를 받는다.

지난해 3월 열린 한중연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중연 교수 43명이 낸 ‘12·3 불법계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대해 복수의 이사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대목이 확인된다. A이사는 “교수들이 연구 성향이나 방향을 표명하는 것은 가능하나, 집단적으로 특정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B이사는 “일부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행동은 기관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한 장애 요인“이라고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 제공


한중연 교수협은 또 성명에서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인 김주성 한중연 이사장이 한중연 교수집단을 ‘반자유주의자’로 규정한 점을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리박스쿨 정치학교장을 맡은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자유기업원 북콘서트에서 축사를 하며 “(한중연에) 반자유주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자유기업원 유튜브 채널에 남아 있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구성원의 학문적 자율을 침해하고,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의견을 정치적 선동으로 매도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관점은 학술기관의 운영에 관여하는 이사회의 구성원이라 볼 수 없는 수준의 발언”이라고 했다.


한중연 교수협의회는 또 김낙년 한중연 원장이 권한 남용을 했다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는 “김 원장이 특정 단체와 관련된 인사를 내정해 교수로 채용하고자 했다”며 “외부 인사들의 민원을 담당 부서에 간접적으로 요구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저서에 공저자로 참여한 인물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뉴라이트 역사기관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원장은 지난 11일 통화에서 “교수협의회의 문제제기는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내용이 많다”며 “일부 교수들이 경제학 교원 충원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권의 힘을 빌렸고 결국 교원 충원을 무산시킨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교수들의 불법계엄 시국선언을 두고 “못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한중연의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예정돼 있던 한중연의 교육부 업무보고는 한중연의 내부 상황, 보직자 사퇴 등을 감안해 연기됐다. 한중연 보직자 10명은 지난달 31일 “원장과 이사회가 만든 리스크로 인해 한중연이 지금까지 축적해 온 가치는 물론 미래의 변화와 발전마저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원 보직 사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중연의 상황이 정상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관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봤고 추후 업무보고 일정을 다시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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