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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국내 소설가 300여명의 작품 1천여편에 담긴 묘사를 분석해 6권짜리 한국소설묘사사전을 펴낸 문학평론가 겸 시인 평리(平里) 조병무(曺秉武) 전 동덕여대 교수가 지난 11일 오전 4시5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2일 전했다. 향년 만 88세.
1937년 12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경남 함안에서 자란 고인은 마산상고,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박사 학위는 한양대에서 받았다. 1963년 현대문학평론에 '날개의 표상'을 실으며 등단한 뒤 문학평론집 '가설의 옹호'(1971), '문학의 환경과 변화의 시대'(2011), '문학의 미적 담론과 시학'(2021) 등 평론집과 시집을 펴냈다.
1980∼1998년 대림전문대학 교양과 교수를 거쳐 1998∼2003년 동덕여대 문예창작전공 교수로 강단에 섰다. 2000∼2002년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을 역임했다.
2002년 '한국소설묘사사전'을 펴낸 것이 도드라진 업적이다. 1990년대 초 동덕여대와 동국대의 국문과 문예창작과 학부생 및 석박사 과정 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한국소설묘사연구회'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1920년대부터 2001년까지 한국 작가들의 동일한 작품을 3명이 같이 읽으며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항목별로 가장 적절하게 묘사된 부분을 골라서 카드로 만들고 항목별·작가별·작품별로 분류했다. 1권은 사랑과 성, 여성, 만남, 이별 등 주제·관계 묘사, 2권은 심리, 성격 등 인물의 내면 묘사, 3권은 외양, 용모, 옷차림 등 인물의 외적 묘사, 4권은 무대장소, 가옥 등 공간·배경 묘사, 5권은 행위·동작, 직업, 집회 등 행동 및 사회적 묘사, 6권은 서정(抒情), 동물, 음식 등 자연·생활 묘사를 담았다. 작가의 개성과 감각이 드러나는 '묘사'를 문학 작품의 핵심으로 보고 체계화한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2003년 정년퇴임 당시 평생 소장해 온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이상의 '이상선집' 초판본 등 문학 도서 8천594권을 울산대 도서관에 기증해 '평리문고'를 만들었다.
현대문학상(1972), 국민포장(1987), 대통령 표창(1996), 윤동주문학상 본상(1997), 조연현문학상(2002), 국제PEN문학상(2011) 등을 받았다.
2003년 격월간 문예지 '한국문인'에 '참, 아름다운 세상을 살다 가는구나'라고 운을 띄운 뒤 '본래 이 세상에 없었던 나는 이 세상에 잠시 머물었다가 갈 뿐, 혹시 문학이라는 찌꺼기를 남기어 오염시키지나 않았는지, 두렵구려'라는 내용의 가상 유언장을 실었다.
유족은 부인 장말순씨와 2녀(조가영·조선재), 사위 유영경(서울성모병원 교수)·백윤기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 발인 14일 오전 6시, 장지 장백산추모공원. ☎ 02-2258-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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