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라이베리아 유조선 오션마리너호가 쿠바 아바나만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가 공급하던 원유에 의존해 버티던 쿠바를 향해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석유·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압박했다. 다만 쿠바로부터 원하는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서반구 지배에 속도를 높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의 유일한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도 손을 뻗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쿠바로 가는 석유나 돈은 더는 없을 것”이라며 “그들이 너무 늦기 전에 협상에 응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쿠바는 오랫동안 베네수엘라로부터 막대한 석유와 자금을 지원받으며 살아왔다”며 “이제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됐고, 우리는 반드시 그들(베네수엘라)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쿠바는 무너질 준비가 됐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진 않다”고 언급했는데 돌연 태도를 바꿨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말한 ‘협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며 “쿠바에는 미국에 제공할 만한 자원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트럼프 관료들을 향해 “인간의 생명마저도 사업화하려는 자들은 쿠바를 지적할 도덕적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오늘날 우리 국가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비난을 쏟아내는 환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우리가 겪는 심각한 경제적 결핍을 혁명 탓으로 돌리는 자들은 부끄러워하며 입을 다물어야 한다”라며 “그들은 이러한 어려움이 미국이 지난 60여 년간 우리에게 가해온 극단적인 압박 정책의 결과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62년 피델 카스트로 당시 쿠바 정권이 자국은 공산주의 국가임을 공식 선언하자 쿠바와의 무역을 제한했다. 이후 경제난에 시달린 쿠바는 관광산업 위축, 생필품·연료 부족, 유통망 붕괴, 정전 등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도 대쿠바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러한 쿠바를 지탱해온 최대 석유 공급국이다. 2011년 한때 하루 평균 10만 배럴 이상을 쿠바로 보냈고 지난해에는 일 평균 약 1만5000배럴을 수출했다. 쿠바는 원유를 저렴하게 사는 대가로 상대국에 정보·보안·교육·의료 인력을 파견하면서 근근이 버텨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3일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현지 석유산업을 장악하면서 석유를 공급받기 어려워졌다. 러시아, 이란 등도 쿠바의 연료 수입국이지만 지리적으로 멀고 트럼프 행정부의 카리브해 단속망에 걸릴 위험에 놓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석유를 통제하면서 쿠바 주요 석유 공급국이 된 멕시코는 고심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7일 쿠바에 석유 수출량을 늘리진 않겠다고 밝혔다. 미 공화당 인사들은 오는 7월 북미자유무역협정(USCMA)을 압박 수단으로 멕시코가 대쿠바 원유 수출을 중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멕시코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정권 시절인 2023년부터 ‘좌파 연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멕시코 국영석유회사(PEMEX)를 통해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PEMEX는 지난해 1~9월 일 평균 1만9200 배럴의 석유를 쿠바에 판 것으로 집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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