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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떠나면 무엇이 남나 [이재환 박사의 K-컬처 & 관광②]

쿠키뉴스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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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떠나면 무엇이 남나 [이재환 박사의 K-컬처 & 관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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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콘텐츠 관광의 진화와 지속가능성

지난 2022년 가을, 서울 강남의 BTS 관련 팝업·굿즈숍을 찾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곳은 전 세계 팬들의 순례지였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10대 소녀들이 멤버의 얼굴이 인쇄된 머그컵과 포토카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그러나 그해 10월에 접어들어, 멤버 진의 입대 이후 매장 주변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진열대 한쪽에 남아 있던 RM 포토카드를 집어 들고 점원에게 물었다. “요즘도 외국인 손님이 많나요?” 점원은 고개를 저었다. “이전의 절반도 안 돼요.” 이 장면은 ‘BTS 이후’ 한국 관광이 마주한 불편한 현실을 상징한다.

반면 영국 리버풀은 다른 선택을 했다. 비틀즈는 1970년 해체되었고, 주요 멤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고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버풀은 여전히 비틀즈로 먹고산다. 캐번 클럽에서는 지금도 매일 라이브 공연이 열리고, 멤버들이 살던 집과 노래 속 거리는 하나의 스토리 지도로 엮였다. 리버풀은 비틀즈를 기념품으로 박제하지 않았다. 도시 전체를 비틀즈를 경험하는 타운으로 조성했다. 비틀즈는 떠났지만, 경험은 매일 재생산된다.

BTS는 무엇을 남겼는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분석에 따르면, BTS가 만들어 낸 문화·관광 파급 효과는 단일 성과 기준으로도 조 단위에 이른다. 그러나 멤버들의 군 입대와 함께 강남의 BTS 관련 상점은 발길이 뜸해졌고, 일시적 명소가 된 골목과 식당은 빠르게 힘을 잃었다. 한국의 K-POP 관광은 ‘스타가 현재 활동 중인가’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더 늦지 않게 해법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먼저 ‘스타 IP’에서 ‘산업 IP’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BTS를 팔 것이 아니라 BTS를 만들어낸 시스템을 팔아야 한다. 연습생 시스템, 안무 제작 과정, 프로듀싱 방식, 글로벌 팬덤 운영과 유통 메커니즘 등은 저작권 충돌 없이 설명 가능한 공공 영역이다. 서울관광재단은 개별 아티스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K-POP 산업 체험존’을 통해 관광객이 연습생처럼 훈련을 체험하고 제작 과정을 이해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특정 소속사에 종속되지 않고, BTS가 없어도 작동하는 관광 모델이다.

둘째, 스타의 얼굴 대신 도시 서사를 주인공으로 세워야 한다. 글로벌 팬들은 “BTS는 왜 하필 서울에서 나왔을까?”라고 묻는다. 홍대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문화, 강남에 몰린 연습생과 기획사 구조, 한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팬 응원 문화, 합정과 방배의 청년 창작자 주거지 등 BTS라는 이름 없이도 설명 가능한 ‘K-POP을 만들어낸 도시, 서울’이라는 서사를 드러내야 한다. 스타는 바뀌어도 도시는 남는다.

셋째, 화이트리스트 기반 IP 라이선스라는 현실적 타협이 이어져야 한다. 이것은 리버풀이 사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서울관광재단이 중립 플랫폼이 되어 하이브, SM, JYP와 협약을 맺고, 사용 가능한 요소와 금지 요소를 명확히 구분한다. 연습생 시스템 설명이나 체험은 허용하되, 멤버 얼굴, 공식 로고, 음원 사용은 제한한다. 통제 가능성이 확보될 때 소속사 역시 관광을 브랜드 훼손이 아닌 IP 가치 확장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담론에 응답해주길 바라는 현실적 파트너가 있다.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진영 JYP 대표다. 현장과 제도를 동시에 이해하는 그는, K-POP 산업 IP를 공공 관광 자산으로 확장시키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적임자다. 박 위원장이 이 제안에 화답해, ‘K-POP 산업 체험존’과 ‘화이트리스트 라이선스’ 논의를 공식 테이블 위에 올려주길 기대한다.

BTS 이후의 답은 또 다른 BTS가 아니다. 스타에서 산업으로, 얼굴에서 도시로, 무단 사용에서 합의된 개방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이 세 단계를 넘어설 때 K-POP 콘텐츠 관광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것이다.

[이재환 박사 약력]

현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
현 고양시 문화재단 선임직이사
현 강남구 관광진흥자문위원회 위원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전 경기도청 도지사 경제특별보좌관
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전 사단법인 한국창업진흥협회 초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