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실 자료 사진 |
3년간 10조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 진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구조 전환 사업이 되레 지역 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24년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인력에 공백이 생기자 상급종합병원에서 당장 일할 의료인이 없어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이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입니다.
전공의 대신 전문의를 중심으로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 비율을 높였습니다.
또 병상을 과도하게 늘려 진료량을 늘리는 대신 의료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일반 병상을 5~15% 감축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정부는 이런 구조 전환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연간 3조 3천억 원, 3년간 총 10조 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 정책에 대해 지역 종합병원들은 "사실상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대한종합병원협회(회장 정근)는 대정부 성명서를 통해 "의료질 평가 기준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이원화하고, 500병상 이상 지역 거점병원에 대한 지원을 실질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평가 기준 대학병원 중심…지역 종합병원과 이원화 필요"
대한종합병원협회는 현재 의료질 평가 지원금 체계가 가진 구조적 불평등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지원금을 1∼5등급으로 차등 지급하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지원금 단가 체계를 별도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원금 체계가 나뉘어 있음에도, 평가 기준은 대학병원 중심의 단일 체계라는 점입니다.
논문 실적이나 전공의 수 등 종합병원이 충족하기 어려운 지표가 공통 적용되다 보니, 지역 거점 종합병원들은 아무리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도 4∼5등급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하는 겁니다.
대한종합병원협회 정근 회장은 "지원금 체계가 이원화돼 있는 만큼, 평가 기준 역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분리해 이원화 운영해야 한다"며 "종합병원의 특성에 맞는 평가 기준이 도입된다면 현재 하위 등급인 지역 거점병원들도 1∼2등급으로 올라설 수 있고, 이는 곧 실질적인 경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역수가 신설로 불평등 해소해야"
대한종합병원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의료질 평가'에서 입원 분야 1등급을 받은 상급종합병원은 입원환자 1인당 하루 2만 8,390원의 지원금을 받지만, 5등급을 받은 지역 종합병원은 하루 480원.
이를 700병상, 하루 평균 입원환자 600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지원금 격차는 5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협회는 이런 격차가 "실제 진료의 질이 아니라 병원의 간판과 종별에 따른 구조적 차별이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허가 병상수'를 평가의 핵심 항목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임상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수련이나 연구개발 지표 대신, 실제로 얼마나 많은 병상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을 수용하고 있는지를 평가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500병상 이상을 운영하는 지역 거점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준하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종합병원'이라는 이유로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겁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500병상 이상 대형 종합병원은 지역 의료의 최후 방파제"라며 "이들이 정당한 등급을 받고 지원금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평가 배점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대정부 성명을 발표한 대한종합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와 국회,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등에 이런 내용을 전달하고, 앞으로도 지역 거점병원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활동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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