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비젼, AX후 생산력 월2000만개로
세계 60개국 수출·연매출 200억 성과
K-렌즈 기술, 깐깐한 日시장까지 진출
치료용 렌즈로 진화·…올해 출시 목표
▶1면에서 계속
세계 60개국 수출·연매출 200억 성과
K-렌즈 기술, 깐깐한 日시장까지 진출
치료용 렌즈로 진화·…올해 출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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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텍트렌즈 제조기업 네오비젼은 ‘AI비전 검사 시스템’을 통해 과거 육안 검사시절 1%에 달했던 불량률을 0.01%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시 네오비젼 오송공장에서 작업자가 AI 검사 장비를 이용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청주=임세준 기자 |
▶“사람 자르지 않는다”…고용과 성장, 두 마리 토끼 잡다=“AI가 도입되면 사람이 잘려 나가는 것 아니냐고요? 천만에요. 우리는 더 뽑습니다.”
네오비젼은 고용에 대한 단호한 철학이 있다. 절대 직원을 먼저 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김경화 네오비젼 대표의 확고한 경영 방침이다.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회사는 인력을 줄이는 대신 생산 능력(CAPA)을 월 1000만개에서 내후년 2000만개로 2배 늘리는 ‘정공법’을 택했다.
현재 오송 공장의 인력은 70명. AI 설비가 대거 도입될 제3공장이 완공되면 고용 인원은 1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네오비젼은 ‘비정규직 제로’, ‘인위적 구조조정 없는 회사’라는 경영 원칙을 30년째 고수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2~3년 내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30년 업력의 제조 노하우에 AI라는 날개를 달고, 기능성 렌즈 분야의 글로벌 넘버원(No.1) 기업이 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부 지원은 혁신의 마중물”…실패 두려움 넘게 한 ‘10억의 가치’= 혁신은 공짜가 아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수십억 원이 드는 AI 도입은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결단이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3년간 근무하며 ‘제조통’으로 잔뼈가 굵은 김 부사장에게도 이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네오비젼은 3년 전 정부 과제에 선정되며 AI 도입의 물꼬를 텄다. 정부 지원금으로 초기 리스크를 줄이고 가능성을 확인한 뒤, 자체 자금을 대거 투입해 설비를 5대, 7대로 늘려가는 ‘확장 전략’을 폈다. 네오비젼은 현재 AI 비전 검사 시스템이 대규모로 들어서는 제3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김 부사장은 “대기업에 100조 원을 지원하는 것보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1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는 더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며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지원은 중소기업이 ‘혁신의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 튼튼한 다리이자 마중물”이라고 강조했다.
▶20조 시장 정조준…60개국 홀린 ‘K-렌즈’의 저력= AI로 다진 품질 경쟁력은 곧바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글로벌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는 약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매년 6% 이상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오비젼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현재 네오비젼은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 렌즈를 수출하고 있다. 연간 매출 약 200억 원 중 절반인 50%가 해외에서 나온다.
특히 주목할 성과는 ‘콘택트렌즈 강국’이자 품질 기준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시장 진출이다. 코로나19 이전 중국 시장에 의존(수출의 90%)했던 네오비젼은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았다. 내수 시장을 다지는 동시에 하이엔드 시장인 일본 문을 두드린 것이다. 김 부사장은 “일본은 미용 렌즈의 색감과 안전성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진 나라”라며 “본격 진출 2년 만에 클리어 렌즈와 컬러 렌즈(서클 렌즈)를 반반씩 수출하며 안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네오비젼은 존슨앤드존슨이나 알콘과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견고하게 쌓아 올린 독과점 시장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기본기’로 승부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에서 앞서는 글로벌 경쟁사들과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선 소비자가 착용하는 순간 체감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품질은 기본값(Default)이며, 여기에 스마트 공정 혁신을 통한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해야만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성공의 비결은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네오비젼은 렌즈와 렌즈 사이에 색소를 넣는 ‘샌드위치 공법’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색소가 눈(각막)에 직접 닿지 않아 안전성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여기에 사람의 생체 세포와 유사한 분자 구조를 가진 ‘MPC 소재’를 적용해, 착용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프리미엄 브랜드 ‘네오이즘’이 일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보는 렌즈’에서 ‘치료하는 렌즈’로…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도약= 2026년, 네오비젼은 단순 제조업을 넘어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력 교정용 도구였던 렌즈를 약물 전달체(DDS·Drug Delivery System)로 진화시키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렌즈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의료기기’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선보일 비밀병기는 ‘PDRN(연어 정소 추출물) 렌즈’다. 최근 피부 재생 성분으로 각광받는 PDRN을 렌즈에 함유해, 착용 시 미세하게 약물이 방출되면서 각막의 미세 상처를 회복시키고 각막을 튼튼하게 만드는 원리다.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앙대학교와 협력해 ‘녹내장 치료용 렌즈’도 개발 중이다. 안약을 넣으면 95%가 눈물에 씻겨 내려가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렌즈에서 약물이 서서히 환부로 스며들게 하는 혁신 기술이다. 김 부사장은 “정부 지원으로 싹 틔운 스마트 제조 역량을 발판 삼아 단순 제조업을 넘어선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네오비젼 오송공장의 불빛은 24시간 꺼질 줄 몰랐다. 정부의 마중물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도전이 만나 일궈낸 ‘K-렌즈’의 성공 신화는, 위기의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청주=최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