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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벌어지는 韓·대만 소득 격차, 저성장 탈출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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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벌어지는 韓·대만 소득 격차, 저성장 탈출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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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은 3만6000달러 초반에 머문 반면, 대만은 3만8700달러 안팎으로 앞섰다. 올해는 대만이 4만달러를 넘어서며 격차가 3000달러 안팎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 흐름이 이어진다면 2027년 이후에도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가 중요한 변곡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달러 환산 경상 GDP는 전년보다 0.5% 줄어든 1조8662억달러로 추산된다. 경상 GDP가 감소한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1인당 GDP도 3만6107달러로 다시 뒷걸음질쳤다. 2014년 3만달러 시대를 연 이후 12년째 4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이 2021년 3만달러를 돌파한 뒤 5년 만인 올해 4만달러대 진입이 예상되는 것과 대비된다. 근본 원인은 성장의 힘이 약해졌다는 데 있다.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최근 4년 연속 3%를 밑돌고 있고, 지난해는 1% 안팎에 그쳤다. 원화 가치 하락이 달러 기준 GDP를 끌어내린 측면이 있지만, 원화 약세 역시 경제 기초가 약해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가 올해를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내걸고 성장 반등을 약속한 것은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다. 반도체·방산·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 세제 혜택을 통한 기업 투자 촉진,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는 국민성장펀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2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 구상도 내놓았다. 저성장 고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 인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대만의 성장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반도체 파운드리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정하고, 전력·용수·인력 지원, 법인세 부담완화 등을 10년 넘게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중장기 투자에 나서면서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글로벌 수요가 본격화하자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기업 지원과 거리가 먼 정책 혼선을 반복해 왔다. 지금도 반도체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주52시간제 같은 규제 하나 제대로 손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단지 이전 논란까지 나와 기업 불안이 크다. 한쪽에선 지원을, 다른 쪽에선 규제로 묶는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가 난마처럼 얽혀 푸는 데만 하세월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같은 저성장의 구조적 요인을 단숨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길은 분명하다. 기업이 투자하고, 기술을 축적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걸림돌만 치워줘도 성장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