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LLM 기업 접근방식 참조모델…한국은 시장 상황 반영해야
특히 오픈AI는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을 개선하는 개인 비서형 모델을, 앤트로픽은 병원·보험사·제약사를 연결하는 지능형 운영 인프라로서의 AI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AI 기반 헬스케어 시장의 방향성은 어떻게 흘러갈지도 관심이다.
오픈AI는 최근 개인 건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챗GPT 헬스(ChatGPT Health)’를 공개했다. 사용자는 애플 헬스(Apple Health)나 마이피트니스팔(MyFitnessPal) 등 다양한 헬스 앱, 의료 포털 정보를 하나로 연결해 시간에 따른 건강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오픈AI는 의료 데이터가 암호화된 별도 저장 공간에서 관리되며, 모델 학습에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60개국 260명 이상의 의료진이 참여해 챗GPT의 응답 품질을 검증했으며, ‘헬스벤치(HealthBench)’라는 평가 체계를 통해 안전성을 검토했다. 회사는 의료 전문성과 개인화된 건강 코칭을 결합한 AI 기반 ‘디지털 주치의’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의료기관과 연구자를 위한 ‘클로드 헬스케어(Claude for Healthcare)’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을 준수하며, 병원과 보험사, 연구기관이 클로드를 활용해 환자 정보, 보험 청구, 연구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클로드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 데이터베이스, 국제질병분류(ICD-10), 퍼브메드(PubMed) 등 주요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조회해 사전 승인, 보험 청구, 진단 코드 검증 등을 자동화한다. 앤트로픽은 여기에 생명과학 분야 확장 기능도 추가해 임상시험 관리, 규제 문서 검토, 신약 개발 지원까지 포함했다.
현재 미국 최대 비영리 의료 시스템 배너 헬스(Banner Health),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스탠퍼드 헬스케어(Stanford Health Care) 등이 클로드를 도입했다. 배너 헬스는 약 2만2000명의 의료진이 클로드를 활용 중이며, 85%가 업무 효율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두 기업이 의료 시장을 정조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의료는 AI가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자, 기술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고난도 테스트 베드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AI는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 데이터 활용과 AI 혁신 지원을 강화하며 의료 AI 생태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앞서 국내 의료 AI는 한국IBM이 2016년 이후 대학병원등을 대상으로 전개했던 '왓슨'이 선구자로 평가된다. 당시 IBM은 암 진단·치료 추천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환각 오류, 미국 중심 데이터 편향, 높은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암센터(MSKCC)의 문헌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탓에 서구권 위주의 치료법을 제안해 국내 표준 진료 지침이나 건강보험 급여 체계와 맞지 않는 사례가 빈번했고, 이는 의료진의 불신과 낮은 권고 일치율로 이어졌다. 결국 혁신적인 ‘AI 의사’라는 마케팅과 달리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보조 도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계약 연장 실패와 사업부 매각이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건강관리 분야 스타트업 알고케어 정지현 대표는 지난해 9월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해외에서 건강 관리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시장이 작고 스타트업 수도 턱없이 적다”며 그 이유로 의료비 구조를 꼽았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는 의료비의 개인 부담 비율이 상당히 낮아서 대부분 치료 시장으로 가고 예방적 건강 관리 시장은 너무 작다. 미국은 보험사가 치료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입자들에게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도 임직원 의료비 절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보험사와 기업이 이런 서비스를 자유롭게 제공하는 게 제한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예방적 건강 관리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삼정KPMG 박경수 상무는 “예측형 헬스케어는 의료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이끄는 핵심 분야”라며 “신뢰성 있는 데이터 생태계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서 AI 기반 서비스, 연구,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데이터 활용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데이터 접근성을 확대하고 의료 AI 평가 체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2차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프로젝트 참여자를 2028년까지 77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단계적 데이터 공개는 202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의료 데이터 사용권 지원 사업도 2025년 8개에서 2026년 40개로 확대되며, 인공지능 시범사업 20개에 대한 지원이 추가된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AI 솔루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