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두쫀쿠’ 디저트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개당 가격 5천원에서 1만원대로 부담스러운 편이지만,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오픈런과 조기 품절이 이어지고 있다. |
“운이 좋으셨네요. 마지막 상품이거든요.”
지난 8일, 서울 신촌 일대 카페 네 곳을 전전한 끝에야 ‘두바이 쫀득 쿠키’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조효주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마치 영롱한 보석을 마주한 듯 상기된 표정의 조씨는 “어제는 연남동이랑 홍대에서 실패했고, 오늘도 두 시간 만에 겨우 샀다”고 했다. 이른바 ‘두쫀쿠’의 위엄이다.
겉바속촉, 인증형 디저트의 시대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이다. 프랑스 마카롱이 한국식 변주를 거쳐 ‘뚱카롱’이라는 장르로 자리 잡았듯, 원형인 ‘두바이 초콜릿’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디저트다.
개당 가격은 5천원에서 1만원대. 디저트치고는 부담스러운 편이지만,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오픈런과 조기 품절이 이어지고 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DIY 두쫀쿠’도 대안적 소비 방식으로 번지는 중이다.
맛에 더해진 시각적 효과는 ‘두쫀쿠’ 확산의 핵심 요인이다. 칼로 자르는 순간 드러나는 단면, 바삭거리는 소리, 쫀득하게 늘어나는 질감은 영상으로 소비되기에 최적화돼 있다. |
열풍의 출발점은 맛이다. ‘두쫀쿠’는 버터에 볶은 카다이프(중동식 면)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마시멜로 반죽에 섞어 동그랗게 빚은 뒤 초콜릿 가루를 입힌 디저트다. 이름은 쿠키지만 식감은 떡에 가깝다. 바삭함과 쫀득함, 한국 소비자들이 오래도록 선호해온 ‘겉바속촉’ 공식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시각적 효과 역시 확산을 견인한 핵심 요인이다. 칼을 대는 순간 드러나는 단면, 바삭하게 부서지는 소리, 쫀득하게 늘어나는 질감은 영상 콘텐츠로 소비되기에 최적의 장면을 만든다. 실제 SNS에서 확산된 게시물 다수는 ‘먹는 순간’보다 ‘자르는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브 멤버 장원영 등 셀럽의 인증 게시물은 이러한 흐름에 더욱 속도를 붙였다.
이에 대해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디저트 소비는 단순한 미각적 만족을 넘어 유행을 알고 있고 직접 경험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인증 소비’의 성격이 강하다”며 “여기에 SNS를 매개로 한 밴드왜건 효과가 결합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두바이’라는 지명이 주는 이국적 이미지까지 더해지며 소비자들은 이를 ‘해외에서 건너온 듯한’ 특별한 간식으로 받아들인다. 직접 떠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짧은 여행을 경험하는 듯한 만족감을 주는 셈이다. 고물가와 불경기 속에서 이 정도의 소비는 ‘과한 사치’가 아닌 감정적 보상을 위한 ‘최소한의 사치’로 자연스럽게 합리화된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일부 매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디저트는 이달 들어 일반 제과점과 카페는 물론 반찬 가게, 한식당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토스에서 서비스 중인 ‘두쫀쿠맵’과 은평구의 한 반찬 가게에서 배달앱에 올려둔 ‘두쫀쿠’ 메뉴. |
골목 상권 타고 번진 인기
이번 유행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골목 상권의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레시피가 비교적 단순하고 소량 생산이 가능해 본사 승인과 표준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프랜차이즈보다 대응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일부 매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디저트는 이달 들어 일반 제과점과 카페는 물론 반찬 가게, 한식당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두바이 초코 붕어빵’, ‘두바이 쫀득 김밥’처럼 변형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짧게라도 임시 메뉴로 도입해볼까 고민 중”이라는 글이 잇따른다.
일부 매장은 ‘두쫀쿠’를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정 수량에 낮은 마진으로 판매하거나 검색 노출을 위해 메뉴판에 올려두고 이를 통해 다른 메뉴 소비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쫀쿠’라는 키워드 자체가 손님을 끌어오는 힘을 갖고 있다”며 “짧은 기간 화제성을 확보하기에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모두가 웃는 것은 아니다.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가 부담도 빠르게 커졌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과 생산자가 감당해야 할 비용 사이의 간극도 크다.
서대문구에서 제과점 ‘수신당’을 운영하는 김남수 대표는 “대체 재료를 쓰거나 정량을 지키지 않으면 특유의 맛이 나오지 않는다. 완성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며 “게다가 재료 수급만 해도 최소 3주 이상 걸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형 베이커리가 아닌 이상 구조적으로 버티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1인 1개 구매 제한’이나 ‘직접 제조’를 강조하는 문구가 늘어난 배경이다.
김새봄 푸드 칼럼니스트는 특정 디저트가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확산됐다가 빠르게 소진되는 흐름의 배경으로 제한적인 디저트 선택지와 소셜미디어 중심의 소비 구조를 꼽는다. 인스타그램 ‘두쫀쿠’ 갈무리 |
왜 유독 한국에서만?
두쫀쿠 열풍을 둘러싼 풍경은 낯설지 않다. 특정 디저트가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확산됐다가 그만큼 빠르게 소진되는 흐름은 한국에서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김새봄 푸드 칼럼니스트는 그 배경으로 제한적인 디저트 선택지와 소셜미디어 중심의 소비 구조를 꼽는다.
김 칼럼니스트는 “한국은 디저트 시장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 그래서 기존에 없던 조합이나 새로운 형식이 등장하면 관심이 한꺼번에 쏠린다”며 “여기에 타인의 선택을 따라가는 디토(Ditto) 소비문화가 소셜미디어라는 매체와 결합되면서 유행의 속도를 가속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 디저트 유행의 수명은 길기 어렵다. 업계가 ‘두쫀쿠’ 열풍의 지속 기간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로 보는 이유다. 박영한 트렌드스케이프 소장은 “마카롱, 탕후루, 허니버터칩처럼 SNS를 타고 번진 디저트는 하나의 맛이나 상품이라기보다 ‘이벤트’에 가깝다”며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은 짧고, 그 이후에는 빠르게 다음 대상으로 이동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사라지는 것은 메뉴이지, 소비 방식은 아니다. 박 소장은 “줄을 서고, 한정 수량을 구매하고, 단면을 자르고 인증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며 “‘두쫀쿠’ 이후에도 비슷한 형식의 디저트 유행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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