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CBC뉴스 언론사 이미지

루치아박 박윤미 대표, "내 말이 트렌드가 되는 순간, 나는 침묵했다"

CBC뉴스
원문보기

루치아박 박윤미 대표, "내 말이 트렌드가 되는 순간, 나는 침묵했다"

속보
특검, 양형 사유 설명 시작...잠시 뒤 구형 예정

패션 브랜드 루치아박(Lucia Park)을 이끄는 박윤미 대표가 업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 이 문장은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홍보를 위한 문구가 아니라, 그녀가 세상에 건넨 하나의 삶의 태도에 대한 제안이었다.

브랜드 론칭 이후 그녀는 일관되게 말해왔다. "가장 특별한 나를 알아보는 가장 특별한 드레스." 그리고, "우리는 단순히 옷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입는 예술을 만든다." 박윤미 대표에게 패션은 기능적인 소비재가 아니다. 옷은 감정과 자존감, 그리고 자기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된다. '입는 예술(Art to Wear)'이라는 개념은 루치아박 브랜드의 미학이자, 그녀의 세계관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언어다.

"옷은 그냥 입는 게 아니에요. 어떤 감정으로 입느냐, 어떤 태도를 담느냐가 중요하죠. 그 철학을 담은 문장을 만드는 일 또한, 저에게는 디자인의 일부였어요." 그녀는 브랜드의 언어를 오래 고민하며 다듬어왔다.

단어의 선택, 문장의 리듬, 감정의 온도까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언어들은 낯선 곳에서 익숙한 형태로 반복되기 시작했다. "제가 썼던 슬로건이나 문장들이, 형식만 살짝 바뀐 채 다른 브랜드들에서 자주 보이더군요. 누군가에겐 그저 좋은 말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브랜드를 이루는 조각들이었어요." 그녀는 그것을 쉽게 표절이라 규정하지 않는다. 다만 창작자로서의 상실감은 분명히 존재했다고 말한다.

"처음엔 영향력을 느꼈다는 점에서 오히려 뿌듯했어요. 하지만 그 말들이 맥락 없이 소비되는 순간, 저는 제 이야기를 더 이상 쉽게 꺼낼 수 없게 됐죠. 그래서 침묵하게 됐어요." 그녀는 한동안 브랜드의 목소리를 낮췄다. 감성적 언어 대신 기능적인 설명이 앞섰고, 말은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침묵은 머무는 상태가 아니라, 지나가는 과정이었다. "제가 말하지 않으면, 제 이야기는 결국 다른 사람의 것이 됩니다. '입는 예술'이라는 철학은 문장이 아니라, 제가 살아온 방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에요."

지금, 박윤미 대표는 다시 말로 옷을 짓고 있다. 브랜드의 철학을 언어로 직조하는 일. 그것은 여전히 가장 우아한 창작이며, 가장 조용한 저항이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인생의 후반전은 더 화려해질 필요는 없다고. 다만 더 단단해지기를 바란다고.

우아함은 특별한 사람이 가지는 자질이 아니다. 그것은 작은 선택을 가볍게 넘기지 않은 사람에게, 시간이 지나 건네지는 가장 조용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