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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돋보기] 미국은 '뇌', 중국은 '몸'…체제가 된 AI

연합뉴스 심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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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돋보기] 미국은 '뇌', 중국은 '몸'…체제가 된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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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의 미국 vs 제조·로봇의 중국
미국의 반도체 장벽 속 중국의 인재·현장 전략 격돌
중국의 딥시크와 미국 오픈AI의 챗GPT[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의 딥시크와 미국 오픈AI의 챗GPT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2026년 새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판이 바뀌었다. 단순한 기술 격차 싸움이 아니다. '체제 대 체제'의 정면 승부다.

미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픈AI, 엔비디아 등 민간 빅테크의 야생적 혁신에 주도권을 맡겨 시장 생태계를 키우는 쪽이라면, 중국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AI를 아예 국가 운영 체제(OS)의 일부로 흡수해 독자적인 '중국식 표준'을 굳히는 모양새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해 양회(兩會)에서 던진 화두 'AI+ 행동'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었다. 지난 1년여간 각 부처와 지방정부가 쏟아낸 실행 계획은 이제 국가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치는 단계로 진입했다.

중국에서 AI는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다. 시진핑 체제가 사활을 건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의 심장이자, 제조·행정·안보를 관통하는 국가 기간망으로 자리 잡았다.

◇ "산업 아닌 인프라"…경제 DNA의 치환


중국 정부의 셈법은 명확하다.

과거 '인터넷 플러스'가 연결의 확장이었다면, 지금의 'AI 플러스'는 중국 경제 구조의 근본적 재편이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전통적 생산 요소가 한계에 봉착하고, 미국의 수출 통제와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가 겹치자 AI를 새로운 생산 요소로 투입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격투기하는 휴머노이드'(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2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대구 국제로봇 산업전에서 드론·로봇 솔루션 전문기업 영인 모빌리티 부스에서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킥복싱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2025.10.22 mtkht@yna.co.kr

'격투기하는 휴머노이드'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2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대구 국제로봇 산업전에서 드론·로봇 솔루션 전문기업 영인 모빌리티 부스에서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킥복싱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2025.10.22 mtkht@yna.co.kr



주목할 점은 접근 방식이다.


중국은 AI를 개별 육성 산업이 아닌 전력이나 도로 같은 '공공재 인프라'로 정의했다. 컴퓨팅 파워와 알고리즘을 국가가 수돗물처럼 공급해 제조 현장과 행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주무 부처가 과학기술부를 넘어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로 격상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믿는 구석은 데이터 통제권이다.

중국은 데이터를 토지, 자본과 동급의 '국가 전략 자원'으로 못 박았다. 컨트롤타워인 국가데이터국(NDA)은 공공과 민간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국가 주도로 정제해 AI 학습용으로 일괄 전환하고 있다.


개인정보나 저작권 이슈로 데이터 확보에 진통을 겪는 서방과 달리, 중국은 국가 가이드라인 안에서라면 가용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구조다. '데이터 접근성의 격차'가 미중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여기에 중국의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가 물리적 혈관을 잇는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동부의 트래픽을 신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서부로 보내 처리한다는 이 거대한 구상은 전국 8대 컴퓨팅 허브를 잇는 연산 네트워크로 현실화했다. 지방 균형 발전과 AI 실행력을 동시에 잡겠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 미국엔 없는 비대칭 전력…'인재'와 '피지컬 AI'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의 기술력을 영영 따라잡지 못할까.

현장 전문가들은 "중국만의 비대칭 전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중국의 가장 큰 방어막은 압도적인 '이공계 인재 파이프라인'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신기술센터(CSET)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2025년 기준 중국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박사 졸업생은 약 7만 7천 명으로 미국(약 4만 명)의 두 배에 육박한다.

최상위 연구자의 질적 수준은 여전히 미국이 앞서지만, 허리를 담당하는 연구 인력의 '머릿수' 싸움에선 중국이 이미 추월했다. 이는 방대한 데이터 라벨링과 모델 튜닝, 응용 서비스 현지화 경쟁에서 중국이 밀리지 않는 원동력이다.

'받아라 나의 주먹'(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중국 로봇 기업 엔진AI부스에서 로봇이 격투 시연을 하고 있다. 2026.1.8 ksm7976@yna.co.kr

'받아라 나의 주먹'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중국 로봇 기업 엔진AI부스에서 로봇이 격투 시연을 하고 있다. 2026.1.8 ksm7976@yna.co.kr



더 위협적인 건 '피지컬(Physical) AI', 즉 하드웨어 결합 능력이다.

미국이 텍스트와 영상 생성 등 소프트웨어(LLM)에 집중해온 사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AI를 로봇, 드론, 전기차(EV), 산업용 장비에 이식하는 체화형 AI(Embodied AI) 분야에서 방대한 실세계 데이터를 축적했다.

산업용 로봇과 공장 자동화, DJI의 드론, BYD·CATL로 이어지는 공급망에서 실제 물리 세계와 부딪히며 쌓은 데이터는 미국 빅테크조차 쉽게 확보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제조업 기반 AI에서만큼은 중국이 구조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 '반도체 족쇄'와 자립의 몸부림…주사위는 던져졌다

물론 AI의 힘이 세질수록 통제의 고삐도 죈다.

중국은 딥페이크와 허위 정보, 체제 위협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생성형 AI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고, 모델 개발 단계부터 보안 평가를 강제했다. 혁신은 장려하되, 체제 안정을 해치지 않는 '관리된 혁신'이다.

중국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반도체다.

미국의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반입이 막힌 현실은 뼈아프다. 중국은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칩과 자체 플랫폼 'CANN'을 중심으로 '탈(脫) 쿠다(CUDA)'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국산 칩 비중을 늘리며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미세 공정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호환성은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이다.

춤추는 하이센스의 로봇(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국 기업 하이센스 부스에서 '하이 로봇'이 춤을 추고 있다. 2026.1.7 ksm7976@yna.co.kr

춤추는 하이센스의 로봇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국 기업 하이센스 부스에서 '하이 로봇'이 춤을 추고 있다. 2026.1.7 ksm7976@yna.co.kr



결국 중국은 AI를 통해 국가 효율성과 사회 통제력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전례 없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중앙집권적 동원력과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무기로 인프라 구축 속도는 서방을 앞질렀지만, 첨단 칩 제약과 검열 리스크라는 구조적 족쇄도 함께 찼다.

관건은 이 거대한 실험이 실제 생산성 혁명으로 이어지느냐다.

새해 세계는 미국식 '시장 AI'와 중국식 '국가 AI'가 빚어내는 문명적 충돌을 목격하고 있다. AI를 국가 OS로 이식하려는 중국의 승부수는 과연 통할 것인가. 주사위는 던져졌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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