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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특허’ 사용료도 법인세 대상… 대법원, 삼성SDI 사건서 과세당국 승소 판결

조선비즈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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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특허’ 사용료도 법인세 대상… 대법원, 삼성SDI 사건서 과세당국 승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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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기흥 본사./삼성SDI 제공

삼성SDI 기흥 본사./삼성SDI 제공



미국 법인이 보유한 국내 미등록 특허를 사용해 삼성SDI가 국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했다면, 미국 기업이 받아야 하는 특허사용료 중 일정 금액을 법인세로 납부하는 것이 맞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9월 SK하이닉스의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33년 만에 판례를 변경한 후 나온 같은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4일 A사가 기흥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원천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법인세 4억7540만원을 돌려주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사는 리튬 이온 배터리용 나노 복합체 분리막과 적외선 광학 코팅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7년 7월 삼성SDI에 특허 20건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1건당 14만7500달러(당시 환율 기준 1억6680만원)를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건만 국내에 등록된 특허였다.

삼성SDI는 2017년 8월 특허 사용료로 약 33억원을 지급하면서, 국내 법인세법과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법인세율 15%에 해당하는 약 5억원을 원천징수한 뒤 지급했다. 이후 기흥세무서에 2019년 7월 원천징수한 세액을 납부했다.

A사는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 19건은 법인세 납부 대상이 아니라며 국내 과세당국을 상대로 약 4억7540만원을 돌려달라고 경정청구를 했다. 기흥세무서는 2019년 12월 특허가 국내에 등록돼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특허권 사용료 소득은 국내 원천 소득에 해당한다며 경정 청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A사는 사건을 법원으로 들고 갔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미국 법인의 국내 원천소득의 구분에 대해서는 한미조세협약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한미조세협약 해석상 미국 법인이 국내에 등록하지 않은 특허권으로 지급받는 소득은 국내 원천 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과세당국이 불복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사용료가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판매하는 것에 대한 대가인 경우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국내 사용에 대한 것”이라면서 원천징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한미조세협약에 ‘사용’의 의미가 별도로 정의돼 있지 않으므로 조세가 결정되는 한국의 법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법인세법은 특허권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 제조·판매에 사용된 경우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경정거부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삼성SDI와 비슷하게 SK하이닉스도 미국 기업에 반도체 관련 특허 사용료를 지급했다. 이 중 일부를 법인세로 원천징수해 납부해야 하자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법원은 특허는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유효하므로, 국내에 특허가 등록돼 있지 않다면 국내 원천 소득이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 1·2심 역시 같은 판단을 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3년 만에 판례를 바꿨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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