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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유통 공범 알뜰폰업체 잡았는데…제도허점 탓 처벌 난항[only 이데일리]

이데일리 정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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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유통 공범 알뜰폰업체 잡았는데…제도허점 탓 처벌 난항[onl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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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튜브 예능 속 ‘불법여권개통’ 광고 노출
알고보니 대포폰 개통 광고…경찰 수사 착수
알뜰폰 업체도 연루 정황 드러나…제도 허점에 수사 난항
“대포폰 개통 시 업체에 알뜰폰 사업자도 강하게 책임 물어야”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경찰이 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중 불법 휴대전화 개통 정황이 나온 것을 포착한 후 수사를 벌여 대포폰 유통 일당을 입건했다. 이 과정에서 알뜰폰 사업자도 범행에 가담한 정황을 확인했지만 제도적 한계로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공개된 유튜브 예능 ‘워크돌’에 ‘불법여권개통’이라는 의미의 중국어 광고(노란색 동그라미)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걸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8월 공개된 유튜브 예능 ‘워크돌’에 ‘불법여권개통’이라는 의미의 중국어 광고(노란색 동그라미)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걸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불법여권개통’ 광고판 유튜브 송출…진짜 범행 있었다

11일 이데일리 단독 취재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대포폰 유통 일당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 일당은 알뜰폰을 개통하는 별정통신사업체 A사 아래 대리점과 판매점까지 3단계 구조로 나뉘어 대포폰을 개통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불법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대포폰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개통한 대포폰 수만여대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수사는 지난해 8월 한 유튜브 예능에서 시작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연예인이 경찰 직업 체험을 위해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를 순찰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한 휴대전화 대리점 앞에 대포폰 개통을 연상케 하는 ‘불법여권개통’이라는 뜻의 중국어 광고가 노출됐다.

이 화면은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됐고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현장 점검과 첩보 수집을 통해 범죄 연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로 전환했다. 그 결과 해당 대리점을 시작으로 한 조직적 대포폰 개통이 이뤄진 정황을 파악했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해당 대리점뿐만 아니라 알뜰폰 업체 A사가 대포폰 개통을 적극 방조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포폰 개통으로 인한 수익이 커지자 A사가 사실상 이를 눈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전기통신사업법의 한계로 A사의 송치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법에 따르면 휴대전화 판매대리점은 신원확인 등 적법절차 없이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자(통신사)의 책임을 물을 근거가 모호하다. 지난 2002년 통신사를 대포폰 개통의 피해자로 보고 관련 처벌을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어서다. 통신사가 대포폰 개통에 직접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알뜰폰 업체 우후죽순…대포폰 관리는 ‘사각지대’

별정통신사의 범죄 가담과 이를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은 통신사업 환경이 변화하며 발생했다.

과거 이동통신시장은 통신 3사 체제였지만 정부의 알뜰폰 사업으로 별정통신사가 80여개까지 늘어나며 범죄에도 연루되거나 악용되고 있다. 별정통신사는 자본금 3억원에 소수 직원만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어 문턱이 낮다. 과거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통신사업자 스스로 범행을 하는 사각지대가 생긴 셈이다.


실제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행의 필수품인 대포폰은 상당수가 별정통신사에서 개통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만 경찰에 적발된 대포폰 9만 7399개 중 8만 9927대가 알뜰통신사를 통해 개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대포폰 개통 관련 통신사의 모니터링 감독 의무 강화 보고 규정, 이를 소홀히 해 대포폰이 다수 발생할 경우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한민수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포폰을 활용한 2차 사기 범죄도 심각한 점을 고려해 긴급하게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출신 강동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대포폰을 가장 많이 개통해주는 별정통신사는 이익만 가져가고 책임은 안 지는 구조”라며 “대포폰을 개통하는 행위에 대해 영업권을 박탈하는 등의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