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중국으로 돌아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에버랜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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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새로운 판다를 대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제2의 푸바오’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동물을 생각하면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현재 국내에는 2016년 임대된 아이바오와 러바오, 그리고 2023년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등 모두 네마리의 자이언트 판다가 에버랜드에 살고 있다. 이들 판다는 다른 동물원 동물들에 견줘 특별 대우를 받지만, 그렇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임대된 판다의 삶이 동물의 이익보다 양국의 외교 관계에 종속된다는 사실 자체가 윤리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0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면담을 결정한 지 며칠 만에 중국이 미국에서 태어난 판다 두마리를 회수한 사건은 유명하다. 푸바오처럼 중국 밖에서 태어난 판다는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4살이 되면 중국으로 반환된다. 모든 동물은 수송 스트레스를 겪으며,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또한 중국으로 반환되지 않더라도 감금된 상태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야생동물의 마릿수를 증식을 통해 늘리는 것은 동물원에서 동물복지가 훼손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아무리 귀여운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동물이라고 해도 판다 역시 서식지에서 가장 잘 살도록 진화한 야생동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적 연구나 보전 측면에서도 명분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2014년 시 주석이 방문했을 때 정상회담 공동성명서에 ‘판다 공동 연구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그 이후 얼마나 유의미한 연구 성과가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판다를 멸종위기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대여보다 서식지 보전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로 우리 국립공원과 중국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황하 삼각주 자연보호구를 자매공원으로 만들고 기후 변화, 자연 보전 등 환경 분야 전반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판다 임대는 이러한 ‘환경 외교’의 그림과도 잘 맞지 않는다. 판다가 하루에 소비하는 수십킬로그램의 대나무를 조달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쓰이며, 우리와 전혀 다른 기후대에 서식하는 동물은 사육 환경을 제공하는 데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청주동물원,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등 국내 공영 동물원들이 코끼리처럼 우리나라 기후와 맞지 않는 동물 종은 줄이고 토착종 동물의 비율을 늘리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꼭 판다가 아니더라도 동물을 외교의 징표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시대상에 맞는 일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투르크 순방 중 선물 받은 알라바이 품종 개를 비롯해 외교의 징표로 받아 온 동물들이 전국 공영 동물원과 공공기관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가정이 아닌 동물원에서 평생을 전시동물로 사는 것은 좋은 삶이 아니다. 굳이 살아 있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동물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표현한 사례도 있다. 오스트리아는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쇤브룬 동물원의 시베리아 호랑이 후원자로 문 전 대통령을 지명했다. 정히 동물 외교가 필요하다면 사육곰 산업이 문을 닫으면서 환경부가 보호하고 있는 반달가슴곰의 후견인이 되는 것을 제안해본다.
이번 국정과제에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동물복지’가 반영되었다. 동물복지의 개념은 각각의 동물이 개별적인 존재이고, 즐거움과 괴로움을 주관적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감응력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동물을 물건처럼 빌려 오고 되돌려 주는 외교가 국가가 추구하는 동물복지 방향과 일치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국가 간의 우호를 증명하기 위해 굳이 동물이 국경을 넘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외교는 사람끼리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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