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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왜 한국 증시는 늘 디스카운트 되는가

머니투데이 이윤학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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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왜 한국 증시는 늘 디스카운트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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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6년 신년 주식시장은 겨울 불꽃놀이와 닮았다. 하늘은 화려한데 땅에 서 있는 사람의 체감은 다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박수는 많지 않다. 숫자는 축배를 들었는데 시장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상승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지난 연말 이후 코스피지수 상승에는 분명한 동력이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업황 회복, AI 투자사이클 재개, 메모리가격 반등은 기업실적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증가의 상당부분은 반도체 대형주에서 나왔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이 코스피 전체의 약 50%를 차지하면서 지수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설명하는 구조가 더 공고해졌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 증시 전체의 회복'으로 읽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수는 올랐지만 시장의 폭은 오히려 좁아졌다. 대기업, 특정 산업에 집중된 실적과 주가는 다수 기업과 산업의 정체를 가렸다. 이른바 '지수착시'다. 지수는 오르는데 시장은 뜨겁지 않다. 이런 구조에서는 지수가 아무리 높아져도 시장 전체에 대한 평가는 인색해진다. 실제로 코스피의 12개월 FWD PER는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12배 수준이고 PBR도 1.6배로 여전히 글로벌 주요국 평균을(3.5배) 한참 밑돈다.

여기서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실적이 좋아졌는데 왜 디스카운트는 줄지 않을까.' 답은 실적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시장은 이제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번 돈을 어떻게 쓰는가'를 묻는 것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낮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이벤트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내부유보금은 늘어나지만 자본효율성, 즉 ROE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된다.

그래서 밸류업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시장이 요구하는 밸류업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나 단기처방이 아니다. 시장이 원하는 밸류업의 본질은 주가부양책이 아니라 자본시장과의 신뢰와 약속이다. 잉여현금을 어떻게 배분할지, 주주환원을 어떤 원칙으로 지속할지, 경영진 보상은 주주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다. 숫자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일부 대기업과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집중 역시 디스카운트의 또 다른 원인이다. 지수는 일부가 만들고 변동성은 전체가 감당하는 구조는 장기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적랠리에는 참여하면서도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 수급을 보면 단기 트레이딩 성격은 강하지만 장기자본의 유입은 제한적이다. 환율이 이를 가장 잘 반영한다. 주가는 기대를 사고 환율은 신뢰를 평가한다.


결국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는 숙명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실적 사이클은 반복될 수 있지만 신뢰는 반복해서 증명하지 않으면 쌓이지 않는다. 밸류업이 실패하면 디스카운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진짜 불꽃놀이 축제는 하늘에서 끝나지 않는다. 불꽃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이 광장을 떠나지 않을 때 그때 비로소 성공한 축제다. 한국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지수의 불꽃이 꺼진 뒤에도 자본이 머물 수 있을지, 그 답은 이제 실적이 아니라 밸류업에 달렸다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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