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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학 개미들에게 한국 증시에 대한 믿음 줘야

파이낸셜뉴스 배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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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학 개미들에게 한국 증시에 대한 믿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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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글 증권부

배한글 증권부

연초 들어 서학개미들이 다시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정부가 해외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기 위해 국내복귀계좌(RIA) 도입을 예고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미국 증시를 향해 있다. 정책 발표 후 연말에는 차익실현과 관망 성격의 매도 흐름이 나타났으나, 새해 들어서는 다시 순매수로 전환됐다. 제도 도입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는 일시적이었고, 투자판단은 다시 수익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RIA는 외환시장 안정을 염두에 둔 정책이다. 달러자산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국내시장으로 자금을 들여오면 환율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매도금액 5000만원 기준 세제 혜택과 시기별 차등감면이라는 설계에서도 외환수급을 빠르게 개선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정책의 취지는 분명하다.

다만 투자자는 정책의 취지보다 자신의 계산기를 먼저 두드린다. RI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절세효과는 최대 1000만원 안팎이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 기대하는 수익은 단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빅테크 성장 기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금 몇백만원보다 중장기 수익 가능성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제도 설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RIA를 통해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다른 계좌로 다시 해외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제 해외투자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의 의도와 달리 절세수단으로만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라는 입법 절차가 남아 있어 정책이 언제 어떤 형태로 시행될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RIA를 단순히 실패할 정책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를 웃도는 성과를 냈고, 정부와 여당이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투자자의 신뢰는 서서히 회복될 수 있다. 다만 그 신뢰는 세제 혜택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투자자의 방향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수익과 신뢰였다. 정책은 그 판단을 보조할 수는 있어도 대신할 수는 없다. RIA의 성패는 계좌 출시 시점이나 감면율이 아니라 국내 시장이 다시 베팅할 만한 곳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환율안정이라는 과제를 앞에 두고 정부와 시장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koreanb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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