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산영덕고속도로 경북 구간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로 승용차가 불에 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
10일 오전 경북 지역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대형 연쇄 추돌과 차량 전복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7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도로 위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Black ice·도로 위 살얼음)가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또 제설과 제설제 예비 살포 등 도로 관리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 블랙아이스 사고로 7명 사망
경북경찰청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0분경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 나들목(IC) 인근 영덕 방향 도로에서 승용차 1대가 미끄러졌다. 해당 승용차를 뒤따르던 9.5t 화물차량은 이를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밖으로 추락해 40대 운전자가 현장에서 숨졌다. 이후 차량들이 급정거하면서 약 500m 간격을 두고 4중 추돌과 5중 추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5명이 다쳤다.
이어 오전 7시 2분경에는 같은 고속도로 남상주 나들목 인근 서산 방향에서는 트레일러 화물차량이 앞선 차량의 급정거를 피하려다 적재물을 도로에 쏟아냈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잇달아 추돌하며 9중 추돌 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소나타 차량에 타고 있던 50~60대 여성 동승자 4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한국도로공사 폐쇄회로(CC)TV에 찍힌 다중추돌 장면. 한국도로공사 CCTV 캡처 |
이와 별도로 30여 분 뒤인 오전 7시 35분경 성주군 초전면 월곡리의 한 국도에서 25t 트럭이 미끄러지며 하천으로 추락해 50대 운전자가 숨졌다. 20분 뒤 인근 도로에서도 또 다른 25t 트럭이 미끄러져 옹벽과 충돌하면서 5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 이날 경북 지역에서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모두 7명, 부상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잇따른 사고의 원인을 블랙아이스로 보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눈이나 비가 내린 뒤 노면에 얇은 얼음막이 형성돼 겉으로는 마른 도로처럼 보이는 결빙 현상이다. 실제 사고 수시간 전 해당 지역에는 약한 비가 내렸고 사고 당시에는 햇볕이 없는 상태에서 기온이 영하 1도 안팎으로 떨어져 블랙아이스가 형성되기 쉬운 조건이었다.
● 치사율 높은 빙판길 사고
이처럼 블랙아이스 사고는 치사율이 높은 교통사고로 꼽힌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2020~2024년 빙판길 교통사고 4112건을 분석한 결과, 빙판길 사고의 치사율은 100건당 2명으로 마른 길(100건당 1.3명)보다 약 1.5배 높았다. 특히 고가도로와 교량에서는 치사율이 각각 100건당 4.8명과 5.9명으로 4배 이상 높았다.
이에 따라 겨울철 블랙아이스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지자체는 사고에 앞서 고갯길과 응달 구간에서 감속 운전과 안전거리 확보를 당부하는 재난문자를 보냈다고 밝혔지만, 고속도로를 주행 중인 운전자들이 이를 즉각 확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사망자 5명이 발생한 서산영덕고속도로의 관리 주체인 한국도로공사는 염화칼슘 예비 살포에 나섰으나 사고 구간에는 살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제설제 예비 살포 미실시 정황 등 도로 관리·대응 전반에 대해 감사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만큼 사전 예방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결빙 감지 시스템과 센서 설치 구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상습 결빙 구간에는 염수 분사와 안내 차량을 통한 서행 유도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상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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