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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에 들여오던 베네수 원유’ 올스톱…중국 독립 정유사 십자포화

헤럴드경제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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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에 들여오던 베네수 원유’ 올스톱…중국 독립 정유사 십자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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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물량 절반 흡수하던 중국, 최대 피해국
저가 원유 의존 ‘티팟 정유사’ 직격탄
석유로 갚던 중국 차관도 지속 여부 불투명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 소속 석유 노동자가 카라카스에서 동쪽으로 약 200마일 떨어진 호세(Jose) 수출·저장 터미널에서 유조선에 원유를 적재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연합]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 소속 석유 노동자가 카라카스에서 동쪽으로 약 200마일 떨어진 호세(Jose) 수출·저장 터미널에서 유조선에 원유를 적재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지형이 급변하면서, 최대 피해국으로 중국이 지목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수출 경로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구조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교역 변화가 아니라, 저가 원유와 차관을 축으로 형성된 중국의 중남미 에너지 전략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Kpler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76만8000배럴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에 제재를 가한 이후 사실상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흡수처’ 역할을 해왔다. 서방 기업과 주요 수입국이 빠져나간 공백을 중국이 메우면서, 베네수엘라 원유는 중국으로 흘러드는 구조가 고착됐다.

세계 원유 매장량 주요 국가 순위

세계 원유 매장량 주요 국가 순위



그러나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미국 주도의 질서가 들어설 경우 이 같은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일부 계속 수입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수입 규모는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했다. 제재 해제 이후 원유 거래가 국제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재편될 경우, 중국이 누려왔던 ‘할인 프리미엄’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중국의 이른바 ‘티팟(teapot)’ 정유사들이다. 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중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약 3분의 2는 제재를 우회해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들여오던 독립 정유소로 흘러 들어갔다. 이들은 국제 제재로 할인된 원유를 조달해 수익성을 유지해왔지만, 제재가 해제될 경우 베네수엘라 원유는 국제 시세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 구매 유인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고, 일부 정유사는 원가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6년 1월 3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행동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토요일, 카라카스를 공습하는 군사 작전으로 좌파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국외로 압송한 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고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표는 특수부대가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아내를 체포하고, 공습이 여러 지점을 강타해 수도를 충격에 빠뜨린 전격적인 공격이 이뤄진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AFP]

2026년 1월 3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행동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토요일, 카라카스를 공습하는 군사 작전으로 좌파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국외로 압송한 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고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표는 특수부대가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아내를 체포하고, 공습이 여러 지점을 강타해 수도를 충격에 빠뜨린 전격적인 공격이 이뤄진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AFP]



중국으로 향하던 나머지 약 3분의 1 물량 역시 불안 요소다. 이 원유는 카라카스가 베이징에 진 막대한 차관을 상환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중국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베네수엘라에 빌려주고, 이를 원유로 돌려받는 구조를 통해 에너지 확보와 금융 수익을 동시에 노려왔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이 같은 ‘석유 상환’ 구조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새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 가격보다 낮은 조건으로 원유를 제공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종 향방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리적 근접성과 운송 비용, 정제 설비의 궁합을 고려하면 중국보다 미국이 훨씬 자연스러운 수요처라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만 연안의 미국 정유시설 상당수는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처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곳으로, 원유 수급이 재개될 경우 빠르게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구조 변화는 단순한 무역 재편을 넘어 중국의 에너지 외교와 금융 전략 전반에 부담을 주는 사안”이라며 “마두로 체제 붕괴는 중국이 중남미에서 저가 원유와 차관을 지렛대로 쌓아온 영향력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