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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됐다” 외친 마두로의 미래, 이 세 남자 손에?

헤럴드경제 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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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됐다” 외친 마두로의 미래, 이 세 남자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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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기소 전 심리 시작하면서 법정 다툼 시작
위키리크스 어산지 무죄 끌어낸 배리 폴락이 변호...별명 ‘핏불’ 무자비할 정도로 집요
재판장은 92세 현직판사...고령 지적 속 트럼프에 불리한 판결한 전례
베네수엘라선 카벨로 내무장관이 ‘결사항전’ 선언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법원 앞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지지자들이 마두로 부부의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게티이미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법원 앞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지지자들이 마두로 부부의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마약 유포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그의 미래가 세 남자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우선 마두로 대통령의 변호는 배리 폴락 변호사가 맡았다. 폴락은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 사건, 엔론사태 등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자신의 이력을 화려하게 과시하는 형태와는 다른 ‘실무형’ 변호사로 평가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폴락과 함께 일해본 법조계 인사들의 말을 빌어 “그는 무자비할 정도로 집요하다(relentless)”며 “그가 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라 평가했다.

미국 뉴욕에서 마약 유통 혐의 등으로 기소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변호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석방을 이끌어냈던 변호사 배리 폴락이 맡았다.[게티이미지]

미국 뉴욕에서 마약 유통 혐의 등으로 기소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변호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석방을 이끌어냈던 변호사 배리 폴락이 맡았다.[게티이미지]



폴락은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사건을 샅샅이 뒤지는 스타일이어서 경력 초기부터 ‘핏불(Pit Bull·매서운 투견인 핏불테리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를 변호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당시 어산지는 미국 안보와 관련된 기밀 정보를 불법적으로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4년 가까이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폴락은 미 법무부와 끈질긴 협상 끝에 2024년 어산지가 미국 본토가 아닌 서태평양의 북마리아나제도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석방되는 합의를 끌어냈다. 2001년에는 초유의 회계 부정 스캔들로 파산했던 ‘엔론 사태’ 당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엔론의 전직 임원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폴락은 이번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주장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지난 5일(현지시간) 진행된 기소 인부 절차에서 폴락은 마두로 체포의 적법성에 도전할 계획이며, 자신의 의뢰인이 주권 국가의 원수로서 면책 특권과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사건을 담당하는 이는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로, 올해 92세의 베테랑이다. 법조계에서는 헬러스타인 판사가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 사건을 맡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두로 사건처럼 복잡하고 종결까지 많은 변수가 작용할 수 있는 사건을 고령의 판사가 맡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여러 현직 변호사들이 헬러스타인 판사의 나이가 해당 사건에서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거의 ‘고집’에 가까울 정도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유지해왔다는게 법조인들의 전언이다.


이력 중 눈에 띄는 대목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재판에서 그에게 불리한 판결을 여러 번 내렸다는 것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20년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당시 트럼프에 대한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는 회고록을 내지 않겠다는 조건을 거부해 재수감됐던 것에 대해 헬러스타인 판사가 코언을 석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갱단원으로 의심된다며 베네수엘라인 2명을 추방하려던 시도를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불리한 판결을 여러 번 내린 바 있는 헬러스타인 판사가 마두로 사건에는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미 법무부는 이번 재판에서 마두로 체포 작전을 브리핑할 때 설명했던 것과 달리 마두로가 ‘태양의 카르텔’이란 실재하는 마약 조직의 수장이라는 주장을 철회했다.

마두로의 법정 투쟁이 폴락과 헬러스타인 등 두 남자에게 달려있다면, 정치 생명은 현직 베네수엘라 내무부 장관인 디오스다도 카벨로에 달려있다.


디오스다도 카벨로 베네수엘라 내무부장관은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완전한 개방을 거부하며, 마두로 부부의 석방과 미국에 대한 결사 항전을 주장하고 있다.[게티이미지]

디오스다도 카벨로 베네수엘라 내무부장관은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완전한 개방을 거부하며, 마두로 부부의 석방과 미국에 대한 결사 항전을 주장하고 있다.[게티이미지]



강경 반미주의자인 카벨로는 미국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겠다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달리 미국에 마두로 송환을 요구하고 결사 항전을 맹세하며 임시정부와 ‘온도차’를 보였다. 카벨로는 10년 넘게 TV 프로그램 ‘콘 엘 마조 단도’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납치됐고, 뉴욕의 감옥에 갇힌 전쟁 포로다”라며 “우리는 그를 살아서 돌려보낼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조만간 그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며 “베네수엘라는 항복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카벨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콜롬비아 게릴라와 협력해 미국으로 코카인을 운송한 혐의를 받아, 현상금 2500만달러가 걸려있는 인물이다. 마두로의 기소장에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때문에 싱크탱크인 국제 위기 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카라카스 분석가 필 건슨은 “어떤 형태의 정치적 개방”도 “완전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카벨로에게 ‘넘어서는 안 될 선(red lines)’이라 분석했다. 개방을 추구하는 현 임시정부와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카벨로는 로드리게스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보기관과 경찰, 군 부대 일부, 민병대 ‘콜렉티보’를 지휘하고 있다. 마두로에 대한 충성을 절대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베네수엘라 내 마두로의 정치 생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