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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접촉하고, 증거물 손 대고··· 도 넘는 쿠팡의 ‘경찰 패싱’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서울경제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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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접촉하고, 증거물 손 대고··· 도 넘는 쿠팡의 ‘경찰 패싱’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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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도중 피의자 사전 접촉
증거물에 손 댄 뒤 수사기관 제출
'정부'와 협업했다지만 경찰 '패싱'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다"



쿠팡에서 사용자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1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에 ‘쿠팡 TF’를 설치하면서 쿠팡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원인이나 진상에 대한 규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경찰의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 데는 쿠팡의 고의적인 ‘경찰 패싱’이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찰청에 구성된 쿠팡 태스크포스(TF)는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 측에게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계획을 통보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최근 쿠팡에서 산업재해 은폐 의혹,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각종 사건이 발생해 고발이 이어져 로저스 대표와 김범석 쿠팡Inc 의장, 박대준 전 대표 등 쿠팡 수뇌부가 잇따라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경찰은 이보다 앞서 쿠팡 본사 등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수일에 걸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증거물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찰은 증거물 분석을 마치는대로 쿠팡 관계자들을 소환해 진술을 확보할 방침이었다.

문제는 쿠팡이 경찰보다 발빠르게 움직이면서부터 발생했다. 지난해 성탄절 쿠팡은 돌연 ‘현재까지 조사 내용’이라며 장문의 결과를 공개했다.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유출자는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유출자로 지목된 전직 중국인 직원을 직접 접촉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피의자가 유출에 사용한 노트북을 버렸다고 밝힌 중국의 한 하천에 잠수부를 투입, 중요 증거자료를 회수했다고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즉각 반박 입장문을 내고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린 것에 대해 쿠팡에 강력히 항의했다”며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쿠팡은 “이는 ‘자체 조사’가 아니었으며, 정부의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고 재반박했다. 쿠팡에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쿠팡사태와 관련하여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리고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부기관과 쿠팡의 ‘진실공방’이 오갈 동안 수사기관은 쿠팡은 ‘정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수사 대상에게 철저하게 패싱을 당했다. 수사 대상이 수사기관을 건너뛴 사태의 기본적인 책임은 쿠팡의 태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패싱’에는 경찰의 소극적인 자세도 한 몫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사 대상이 피의자를 먼저 접촉하고 증거물에 손을 댄 뒤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경찰은 강력한 항의는 커녕 “들은 바 없다”는 짧은 입장으로 유감 표명을 대신했다. 또한 ?이달 7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중국인 전직 직원에 대해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한편, 중국 측에 공조 요청 또한 한 상태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중국 사법경찰에서 피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사의 주체는 현재 서울경찰청이다. 검찰이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이를 발부받았다는 것은 앞서 경찰이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는 의미다. 수사를 통해 체포의 명분을 면밀히 분석한 경찰이 체포영장 신청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이 몸을 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가 결정된 이후 정치권 등에서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돼 조직이 ‘공룡화’ 될 것이라는 우려에 직면하자 본격적으로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수사권 범위를 지키기 위한 조직 차원에서의 합리적인 대응이지만, 최근 경찰이 주체 된 사건에서조차 적극적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알리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이 얽힌 사안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수사기관을 이정도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십수년 경찰생활 동안 처음 본다”며 “쿠팡의 태도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대하는 경찰의 자세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수사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수사대상에게 끌려다닌다는 이미지를 준다면 국민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부당한 태도를 마주했을 때는 강단있게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항의할 줄도 알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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