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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숨 좀 쉬자"... 점심값 1만 2천 원 시대, 3040 '용돈의 비극' [얼마면 돼?]

파이낸셜뉴스 전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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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숨 좀 쉬자"... 점심값 1만 2천 원 시대, 3040 '용돈의 비극' [얼마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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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값 1만 2천원 시대... 남편은 "숨 막힌다" 아내는 "피 마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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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매년 1월,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머니 게임'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수십억 원의 FA 잭팟 소식이 들려오지만, 정작 대한민국 3040 가정의 '예산 협상' 테이블은 냉골이다.

바로 '용돈 협상' 이야기다. 고물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남편의 '자존심'과 아내의 '현실 감각'이 충돌하고 있다. 이 풀리지 않는 난제, 과연 접점은 없는 것일까.

◇ '런치플레이션'의 습격... 남편들의 호소 "30만 원은 생존 불가"

대한민국 기혼 남성들 사이에는 '용돈 30만 원'이라는 암묵적인 마지노선이 존재한다. 물론 가계 상황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실제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월 소득 400만 원(외벌이) 기준 가장 보편적인 금액으로 30만 원이 꼽힌다.

맞벌이 가구라고 해서 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자녀가 2명 이상이거나, 주택 마련을 위한 거액의 대출 원리금이 매달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면 체감하는 주머니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취재 결과, 2026년의 물가 현실에서 이 금액은 물리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현재 서울 주요 오피스 상권의 점심값은 1만 2천 원을 상회한다. 저가 커피 한 잔을 곁들여도 하루 식대만 1만 5천 원에 육박한다. 주 5일 출근 기준, 숨만 쉬고 밥만 먹어도 월 30만 원이 증발한다.


직장인 A씨(41)는 "후배에게 밥 한 끼 사거나, 퇴근길 맥주 한 캔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물가 상승률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유일한 화폐 단위가 남편 용돈"이라고 하소연했다. 사회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품위 유지비'조차 위협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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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 가기가 무섭다"... 아내들의 항변 "주고 싶어도 돈이 없다"
그렇다면 경제권을 쥔 아내들은 왜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가. 아내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것"이라는 항변이다.

실제로 장바구니 물가는 살인적이다. 사과 한 알, 파 한 단 집기가 무서운 시대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관리비와 아이들 학원비를 제하고 나면, 가계부는 사실상 매달 '적자 위기'다.


주부 B씨(38)는 "남편 기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하지만 내 옷 한 벌 안 사 입고 아껴도 저축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남편 용돈을 올려주려면 결국 빚을 내거나 아이들 학원 하나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즉, 용돈 갈등의 본질은 부부간의 인색함이 아니라 팍팍해진 경제 현실에 있다.

◇ 서로의 '비자금'을 눈감아주는 슬픈 평화

이렇다 보니 기형적인 타협점도 등장한다. 남편은 성과급 일부를, 아내는 생활비 잔액을 각자의 '비상금'으로 챙기며 서로 모른 척해주는 식이다. 이를 두고 '가계 횡령'이라 비난하기엔 양쪽 모두의 삶이 너무나 고단하다.


남편에게 용돈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산소호흡기이고, 아내에게 생활비 방어는 가족의 미래를 지키는 방패다. 서로가 서로의 짐을 알기에, 큰 소리 내어 싸우기보다 속으로 삭히는 부부가 늘고 있다.

◇ '적정선'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때

가정 경제의 평화를 위해 '긴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희생 강요가 답은 아니다.

물가는 올랐고, 시대는 변했다. 10년 전 '30만 원 국룰'이라는 낡은 기준에 갇혀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우리 집의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현실적인 '타협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경기, 엄청난 인플레이션의 이중고 속에 남편의 기(氣)와 가정의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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