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ETRI 원장 임기 넘겼지만… 선임 절차 '감감무소식'
3개월 선임 기간 의무화한 '출연연법' 무색
대덕연구단지 일대 |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리더십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출연연법'이 탄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여전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 원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종료됐음에도 후임 기관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계 리더십 공백을 막기 위해 차기 기관장 선임 기간을 의무화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출연연법)이 신설된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출연연법은 지난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달 31일 공포됐다. 출연연 원장 임기가 끝나기 3개월 전 차기 원장이 될 후보자를 공모하는 절차에 착수하도록 하는 법이다.
그간 과학기술 출연연에서는 원장 임기 종료 1년이 넘도록 후임자를 선임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같은 조직 운영의 불안정성이 국가 R&D(연구·개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수차례 이어졌다. 정부가 과학기술 리더십에 무관심하다는 '과학기술 홀대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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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부터 화학연까지…'또' 줄줄이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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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2일 세종특별자치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열린 '출연연 기관장 간담회' 에서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왼쪽 아홉 번째) 및 출연연 기관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출연연 리더십 공백은 올해도 여전하다. 원자력연과 ETRI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기관 평가 종료 후 현 원장의 연임 가능 여부가 결정돼야 새 원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두 기관은 지난해 평가를 마치고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앞서 공백 상태인 출연연들의 원장 선임이 끝나지 않아 원자력연과 ETRI까지 줄줄이 밀렸다는 설명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한의학연) 원장 선임이 답보 상태다. 한의학연 원장의 임기는 2024년 4월 종료됐다. 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두 번째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득표 기준을 충족한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번번이 선임이 불발됐다. NST는 지난해 12월 30일 또다시 초빙 공고를 냈다. 한국뇌연구원 원장도 2024년 12월 임기가 끝났지만 신임 원장을 선임하지 못해 유임 중이다.
올해 한국전기연구원(이하 전기연),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원장 임기도 각각 1월과 3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이들까지 줄줄이 임기를 넘겨 유임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KAIST(한국과학기술원), IBS(기초과학연구원) 등 주요 기관도 장기 공백 상태다. 이광형 총장 임기가 지난해 2월 끝났지만 3배수 총장 후보를 꾸린 상태에서 멈춰있다. IBS는 노도영 전 원장이 임기를 마친 후 1년 더 유임했지만, 결국 본 소속인 GIST(광주과학기술원) 교수 휴직 기간을 넘기게 돼 지난해 12월 IBS 원장직을 퇴임하고 GIST로 복귀했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법안이 생겨도 정작 현장에 오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채 유야무야되는 상황이 수년간 반복됐다. 이제는 기대도 하지 않을 정도"라며 "리더십 공백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학기술계 홀대론은 잦아들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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