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쿠폰 줄게" 유인 후 수백만원 강매…20대 초 여성 표적
강매, 강요죄 처벌 어려워…'피부관리' 선지급금 환불 가능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 2020.5.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아가씨, 피부 관리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쿠폰 줄 테니 지금 받고 가요."
지난달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를 지나가던 A 씨(20·여)를 불러 세운 건 한 중년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A 씨에게 "길 좀 묻겠다"며 도움을 청해 자연스럽게 접근한 후, 대뜸 피부관리 쿠폰을 줄 테니 한 피부과로 들어갈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정말로 '무료' 체험일까. 피부관리 무료 체험권에 혹해 피부과로 들어가면 '강매'의 장이 펼쳐진다. 지난해 20대 초반 B 씨도 호객하던 여성의 손에 붙잡혀 순식간에 강남역 인근 에스테틱으로 끌려갔다. B 씨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추가 결제를 거듭 권유당했다.
"무료 쿠폰 준다" 유인한 후 수백만 원 강매…20대 초 여성 타깃
11일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갓 성인이 되거나 상경한 20대 초 여성들에게 "강남역 근처에서 누가 피부관리 무료로 체험해 볼 생각 없냐고 하면 무조건 무시하고 지나가라"고 조언한 글이 화제다. 네티즌들은 강남역에서 무료 피부관리로 호객 당한 후 수백만 원에 달하는 서비스를 강매당했다는 경험을 잇달아 공유하고 있다.
피부관리 강매는 수법이 보통 비슷하다. 중년 여성들이 강남역 11·12번 출구에서 어려 보이는 20대 초 여성들에게 접근해 "무료 피부관리 쿠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에 여성들이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면, 호객꾼이 팔을 붙잡고 피부과로 올라간다.
피부과에 들어서면 직원이 "피부가 안 좋다"며 무료 쿠폰에 몇만 원을 더 보태서 좋은 관리를 받으라고 권유한다. 혹은 무료 관리를 먼저 해준 뒤 수백만 원의 피부 관리 선결제를 유도한다.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에 "이런 가격 흔치 않다"는 흥정까지 겹쳐 20대 초 여성들이 순식간에 수백만 원을 쓰게 되는 구조다.
이렇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강매의 대상이 되는 건 보통 20대 초반 여성이다. 신용카드는 만들 수 있어 구매력은 있지만, 어르신에게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할 것 같은 집단을 타깃으로 정한 것이다. 실제로 호객꾼들은 '우리 딸도 대학생이다', '길 좀 묻겠다'며 경계심을 낮추게끔 해서 접근한다. 구매력이 없는 10대 후반 여성 등에겐 나이를 물어보고 "학생은 안 된다"며 무료 관리 쿠폰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X 갈무리 |
"나도 당했어" 피해 사례 속출…"팔짱 끼고 피부과로 유도"
이같은 피부관리 강매 수법은 십수 년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갓 대학생이 된 20대 초반 청년들이 상경하는 연초인 만큼 다시금 SNS에서 '주의하라'는 경고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X에서 2800개 공감과 3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원 트윗을 작성한 B 씨(X 계정명 '샤치')는 뉴스1에 "(호객꾼들이) 외모 칭찬을 하면서, 본인 아들딸도 대학생이라면서 경계를 풀게 하고 어느 대학에 다니는지, 고향은 어디인지 끊임없는 추가 질문을 하며 팔짱을 끼고 피부과로 유도했다"고 말했다.
B 씨는 "20대 여성·예비 신부 등 특정 집단에게만 접근하고, 소심한 성격이라면 결제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막상 강매 행위는 폐쇄적인 에스테틱 내부에서 이뤄져 단속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피부관리를 권유받은 A 씨는 "원래 호객행위에 잘 응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발걸음을 멈췄던 이유는 단순히 '길을 묻는다'며 저를 불러세웠기 때문"이라며 "사람의 선의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피부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도덕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객꾼들이 강남역에서 직접 사람을 유인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벤트 당첨'을 미끼로 한 경우도 다수 발견된다. 예컨대 혜화역에서 연극을 보고 난 뒤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피부관리에 당첨돼서 방문해 보면, 막상 화장품을 강매당하는 식이다. 해당 사례는 1000여 명이 가입한 피해자 모임 온라인 카페도 존재한다.
강매 처벌 어려워…거액 썼더라도 피부관리 환불 가능해
강매 행위는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으면 강요죄로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강요죄가 성립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인정되기 어렵다"며 "협박이 인정되려면 강압적인 분위기를 넘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만한 해악이 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매에 의해 피부관리 서비스에 거액을 지불했더라도 환불을 받는 건 가능하다. 피부관리 서비스는 계약 기간 중 언제든지 위약금을 내고 철회가 가능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는 총 계약금의 10%를 공제하고 환급을 받을 수 있다.
피부관리 서비스가 아니라 화장품 등 상품을 구매한 경우엔 화장품을 개봉하지 않아야 구매를 철회할 수 있다. 화장품 구입은 방문 판매는 구입 후 14일 이내, 온라인 구입은 7일 이내 철회가 가능하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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