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군 정보 활동에 저가 드론 활용 가능성 작아…北 주장 과하다"
"과거 북한발 무인기와 유사하게 민간에서 제작했을 가능성도"
(평양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2면에 게재하며 지난 1월 4일과 지난해 9월 27일 북한 영공에 한국 무인기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당시 추락한 무인기 사진과 무인기에 설치된 촬영 및 각종 장치들의 사진 등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다시 등장했다면서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2024년 10월 비상계엄을 앞두고 발생한 무인기 사태 이후 남북이 또 무인기를 두고 갈등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북한은 전날인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 무인기(드론)가 이달 4일과 지난해 9월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 배후로 '한국군'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무인기의 동체와 비행 기록을 공개하며 이륙 지점이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기 때문에 남한 당국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부품과 비행 고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군이 공식적으로 북한이 공개한 기종의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무인기 관련 북 총참모부 성명에 대한 입장'에서 "1차 조사 결과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발표한 일자의 해당 시간대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도 없다"라고 밝혔다. 또 "민간 영역에서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 유관기관과 협조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군이 '비공식적' 대북 작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민간 차원에서 무인기를 북한 쪽으로 날렸더라도 군 당국이 접경지역 경계 실패 등의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민간인도 '대북 드론' 제작 가능…"30만~60만원 정도로 부품 구매 가능"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시한 비행 경로와 운용 방식만으로 군과 우리 당국의 개입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현재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상용 부품만으로도 북한이 공개한 수준의 비행 성능을 갖춘 무인기를 제작할 수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 사전 고지 없이 띄운 무인기까지 정부가 모두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이달 4일 추락한 무인기는 인천시 강화군 일대에서 이륙해 개성시 개풍구역에 강제 추락하기까지 100~300m의 고도 총 156㎞를 비행했으며, 지난해 9월 추락했다고 주장한 무인기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에서 이륙해 개성시 장풍군 사시리 지역에 추락하기까지 약 300m의 고도에서 총 167㎞의 거리를 비행했다.
또 북한 매체들은 이 두 번의 '무인기 침투'와 관련된 무인기 잔해물과, 무인기에 설치된 촬영 장비, 비행이력, 비행경로, 무인기가 북한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 일부 등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모양으로는 중국 제조사가 만든 모델(Skywalker Titan 2160)과 일치다"라고 짚었다. 이 무인기가 이미 상용화한 모델이라는 것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전 세계 드론 동호인과 산업용 드론 제작자들에게 매우 잘 알려진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모델은 상용·산업용이기 때문에 군사 물자 수출 통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항공기 제조 부품 판매 사이트에서 비행 컨트롤러 제품이 37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잔해의 부품과 같은 제품이다. (아크로사 홈페이지 갈무리) |
실제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의 개별 부품들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0만~60만 원대로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주장한 160㎞대 비행과 GPS 자동항법, 영상 촬영이 가능하도록 부품을 구성했을 때의 총재료비는 약 120만~150만 원이며 북한이 주장한 거리와 3시간 20분의 비행은 이 기체의 최대 성능 대비 약 60% 수준으로, 이 기종을 사용했다면 연료 부족 걱정 없이 여유롭게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고정익 소형 무인기'로서 500m 이하의 고도에서 최대 6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고 동체 밑부분에 설치된 고해상도 광학촬영기로 지상 대상물들을 촬영할 수 있는 명백한 감시정찰 수단'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Skywalker Titan 2160' 모델은 고도 3000~5000m까지 상승이 가능하지만 비행시간은 4시간 24분 정도로 북한 측 주장이 맞지 않고, 공개된 카메라는 고해상도 광학촬영기로 보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해 9월 27일 북측 지역에 추락했다고 주장하는 '남한 무인기'에 설치된 촬영 장치 및 부품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저가·구식 드론으로 군 작전 운용 가능성 희박"
민간에서 운용하는 무인기만으로도 충분히 남북의 방호망을 뚫고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기도 하다. '입력형 자동 비행'으로 이륙 전 비행 제어 컴퓨터에 미리 좌표를 입력하고, 이륙시키자마자 연결이 끊긴 상태로 기계 혼자 입력된 경로를 돌고 오게 하는 방식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목표물 이동이나 기상 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며, 기체를 회수해 메모리 카드를 꺼내 보기 전까지는 성공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원시적인 운용 방식에 해당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북한 전문가는 지난 2023년 국내 한 동호회에서 자체 제작한 무인기가 북한 금강산까지 비행하고 돌아왔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도 민간단체나 동호회에서 의도적으로 보냈거나 조종 불능 상태로 월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식의 무인기 운용이라면 군 차원의 작전일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정보 수집 등을 위해 무인기를 운용한다면, 격추 위험과 정전협정 위반 부담을 안으면서 굳이 낮은 고도(북한 주장 500m 이하)에서 비행하고, 메모리 카드를 회수해야만 정보를 알 수 있는 '저가형 드론'을 보내며 첩보 활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측면에서다.
민간이 북으로 날렸을까…10년 전 북한발 '하늘색 무인기' 발견되기도
일각에서는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의 하늘색 위장과 고정익 동체는 과거 북한이 남한으로 보낸 저성능 무인기와 거의 같은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14년 이같은 무인기를 남한으로 날려 청와대 상공을 찍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2014년 3월에는 파주와 백령도, 4월은 강원도 삼척, 그리고 9월에는 백령도에서 하늘색 고정익인 북한 드론의 잔해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발견된 무인기들은 소형 정찰용 무인기였으며 성능으로 볼 때 약 180~300㎞가량 비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또 무인기들에는 니콘 등 상용화한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었다.
북한발 무인기가 우리나라 영공에서 장시간 비행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이 무인기들은 7시간 이상 한국 영공을 비행한 바 있다. 그중 1대는 MDL에서 약 40~50km를 남하해 서울 북부지역을 비행했으며 나머지 4대는 MDL에서 약 15~30㎞ 범위의 강화도·김포·파주 등 서해 북서부 지역 영공에 있었다.
이같은 저성능 무인기는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크기가 작아 레이더 등 감시 장비에 즉각 포착이 어렵다. 심야 시간대에는 육안 포착도 어렵고, 발견하더라도 작전을 통해 이를 추락시키기 어려워 경우에 따라 폭탄 등을 탑재해 '비대칭 전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군사 전문가로 활동하는 김민석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 특파원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같은 기종의 무인기가 지난해 11월 경기도 양평에서 추락한 사건이 있었으며, 당시 군은 해당 무인기가 북한에서 날아왔다는 등의 증거, 즉 '대공 용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무인기도 남한에서 날아간 것이며, 민간 차원에서 날린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특파원은 영상 공개 수 시간 만에 이를 비공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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