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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한령 해소에 매달릴 필요 없는 이유는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서울경제 최수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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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한령 해소에 매달릴 필요 없는 이유는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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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은 중국 내부 문제서 비롯
한국과 사드사태는 핑계에 불과
시진핑 집권 이후 문화통제 강화
글로벌 K컬처 경쟁력은 더 커져


한국 근대사를 전공하는 한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몇 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근대 유럽에서의 동북아 국가 문화 전파에 대한 학술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의 문화가 파리에 유행했다는 내용이 주요 토론 대상이었다. 이탈리아 여행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보듯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에 알려졌다. 일본도 17세기 도자기 등을 수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면 한국문화는 19세기 말 잠깐 비춰진 데 불과하다. 다소 자격지심이 드는 학술회의였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회의장을 나오면 파리의 한 광장이었는데 거기에서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K팝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고 했다.

파리 광장에서 K팝이라니···. 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물어보니 블랙핑크 등 누구누구를 좋아한다고 했단다. 중국 문화는 모르겠고 일본도 요즘에는 시들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금 열띤 토론을 한 학술회의 분위기가 다소 무색해지는 반응이었다”고 회상했다. 필자는 직업상 외신에 대해 많이 보게 되는데 CNN이나 BBC를 보면 적어도 문화의 글로벌 인기에 대해서는 한국이 중국을 뛰어넘고 일본보다도 많이 언급된다. 19세기말~20세기초의 한국이 아닌 것이다.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순방과 관련해서 가장 큰 관심은 아니겠지만, 상당한 관심이 중국 당국의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 완화 또는 해소 기대에 할애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정리 기자간담회에서도 첫 질문으로 나왔고 대통령도 나름대로 중요한 답변을 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중국의 ‘한한령’ 완화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점진적·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질서 있게, 유익하게, 건강하게 이 문제는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언급에 따르면 한중 정상회담 중에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석 자 얼음이 한꺼번에 언 것도 아닌데, 한꺼번에 다 녹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2016년 이른바 ‘사드사태’에 대해 ‘피해를 입은 우리 중국의 마음이 꽁꽁 얼어있는데 당신 한국인들이 조금 사과를 한다고 쉽게 풀리겠나’는 뜻일 수도 있다.

사실 이른바 ‘한한령’은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그들의 문제다. 최근에는 ‘한일령’ 수준까지 나왔고 앞으로 그들의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시진핑 집권 이후로 사회 및 문화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문화도 배척 대상이다.

2016년 한국에서의 사드배치는 핑계거리에 불과하다고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이 문화대혁명의 광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1980년 이후 민주적 제도를 조금씩 확대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2012년 시진핑의 등장으로 거의 180도 바뀌었다. 가장 침투력이 높은 한국문화를 배제하기 위해 ‘사드’는 그냥 이용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지난 1월 5일 한중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중국 관영 CCTV의 오후 7시 뉴스(사실상 중국정부의 공식 홍보채널)에서 보도된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뉴스에 ‘문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양국은 인적교류를 늘리기로 했고 교류 대상에 청소년·미디어·체육·싱크탱크·지방 등이 나열됐을 뿐이다. 또 인공지능(AI)·녹색산업·실버경제 등에서 경제 협력하자고 했을 뿐이다. 이날 뉴스의 뒷부분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내용도 소개했는데 역시 ‘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문화’와 ‘한한령’을 언급했다고 했지만 중국 뉴스는 이를 무시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해석인 것 같다.



이는 우리가 처음부터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주제로 중국의 한한령 해소와 문화 교류를 앞세운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국 문화의 재도입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적대적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다. 기자간담회의 토론은 우리 대통령이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대답한 것 뿐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23년 ‘시진핑의 문화사상’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었는데 이후 각 분야 별로 사상들이 대거 쏟아졌고 마침내 ‘문화사상’까지 나왔다. 다만 ‘시진핑 문화사상’이라는 것도 내용을 보면 단순하다. 반(反)서구사상에 사회주의·공산주의, 중국전통의 일부, 그리도 문화쇄국 등이 종합돼 있는 정도다.


중국의 문화쇄국은 1989년 천안문사태(톈안먼사태) 이후 전국에 강제한 애국주의교육에 바탕을 두고 있고 이것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현재 유튜브나 구글 등 해외 온라인을 물론, CNN 등 외국 방송이나 언론도 중국 내에서는 듣거나 볼 수 없다. 돈을 버는 경제적 교류는 확대할 수 있지만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위협할 수 있는 문화는 절대적으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이런 중국이 문화쇄국이 한국에 손해 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연히 중국문화 산업에는 손해다. 한국문화, 즉 K컬처가 세계에서 확산 되고 경쟁력을 얻어가는 가운데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중국문화는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역사가 말해주듯 막강한 문화자산을 보유하고 자금도 충분한 중국의 문화상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중국 내에서만 소비된다. 이들이 만약 우리의 경쟁자였다면 K컬처가 지금처럼 세계에서 인기를 끌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중국과의 문화 교류를 하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중국인들의 저변에는 K팝 등 K컬처가 확산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중국 항저우의 한 쇼핑몰에서 K팝 음악을 틀어 놓고 댄스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이른바 ‘한한령’이 해제되거나 완화되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이 개방을 하면 좋지만 안 하는 것도 분명히 그들의 사정이다.


K컬처 산업이 이른바 ‘한한령’으로 본 피해는 다른 나라에서 보충할 수 있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에서 철수한 이후 K컬처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강화됐다. 한류는 2016년 이전보다 중국문화 시장에서 더욱 위협적인 상대가 됐다. 시진핑이나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국무원 문화여유부 등의 문화 담당 인사들이 이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

과거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직접 언급하며 자국의 문화업계에서는 이런 작품을 못 만드냐고 질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에서 그런 작품을 왜 못 만드는지 모른다니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필자만의 문제일까.


최수문 선임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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