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
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 |
우리가 매일 무심코 사용하는 화장실은 사실 우리 건강, 특히 여성들의 비뇨기 건강과 직결된 공간이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화장실 위생과 방광염 치료의 핵심 원칙에 대해 설명 드린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체 구조상 외부 세균의 침입에 훨씬 취약하다. 남성의 요도가 약 20cm인 데 비해 여성의 요도는 3~4cm에 불과할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도 입구가 질, 항문과 가깝게 위치해 있어 대장균을 비롯한 유해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염된 물방울이 피부에 직접 튀는 환경은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환경을 개선하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는 볼일을 보기 전 변기 물 위에 휴지를 한두 장 가볍게 띄워 두는 것도 요령이다. 또한 용변 후 물을 내릴 때, 세균이 섞인 미세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뚜껑을 닫은 상태에서 물을 내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비치된 시트 클리너(소독제)로 닦거나 일회용 시트커버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배변 후에는 반드시 ‘앞에서 뒤로’ 닦아야 항문의 세균이 요도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방광염이나 요도염 증상이 나타났다면 올바른 대처가 필수적이다. 초기 급성 방광염의 경우, 병원에서는 주로 항생제를 처방. 여기서 환자분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약을 하루 이틀 먹고 통증이나 빈뇨, 잔뇨 등 방광염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스스로 판단해 약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증상은 사라졌어도 원인균이 완전히 박멸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방받은 항생제는 반드시 정해진 기간과 용량을 끝까지 지켜 치료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시에 경계해야 할 것은 항생제의 오남용이다. 잦은 재발 때문에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찾다 보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유익균까지 함께 사라져 신체 전반의 면역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이는 결국 작은 자극에도 방광염이 다시 찾아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만약 항생제를 먹어도 그때뿐이고, 일 년에 3회 이상 방광염이 재발하거나 증상이 잘 낫지 않는다면 이미 ‘만성 방광염’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때는 더 이상 균을 죽이는 것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한방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잦은 방광염의 원인을 단순히 세균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방광과 신장의 기능이 저하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본다. 손상된 방광 점막을 회복시키고, 몸의 나쁜 열과 독소를 배출하여 세균이 스스로 물러가게 만드는 치료를 지향한다. 내 몸의 방어력, 즉 면역력이 튼튼해지면 세균이 들어와도 쉽게 염증을 일으키지 못할 뿐 아니라 재발을 막는 지름길이다.
화장실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다. 질환 예방을 위해 위생을 지키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울러 불편한 소변 증상이 반복된다면 항생제에만 의존하기보다, 내 몸의 면역 상태를 근본적으로 점검해 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