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위약금 면제 조치가 통신시장 전반에 불을 붙이면서 알뜰폰 요금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동통신 3사 간 번호이동이 급증한 가운데, 알뜰폰(MVNO) 사업자들은 월 100원 안팎의 초저가 요금제를 앞세워 틈새 수요 공략에 나섰다.
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KT를 떠난 가입자는 누적 15만4851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13.5%(2만954명)는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아닌 알뜰폰으로 이동했다. 이통3사가 단말기 지원금 경쟁을 벌이며 일부 유통 현장에서 ‘공짜폰’까지 등장했음에도, 번호이동 고객 10명 중 1~2명은 알뜰폰을 선택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알뜰폰 시장에는 이례적인 초저가 요금제가 쏟아지고 있다. 알뜰폰 종합 정보 플랫폼 ‘알뜰폰 허브’에 따르면 9일 기준 실시간 인기 요금제 상위권 상당수가 월 100원대 상품으로 채워졌다. 큰사람커넥트의 ‘이야기 라이트 4.5GB+’는 월 100원에 데이터 4.5GB, 통화·문자 무제한을 제공하며 1위를 차지했다. 아이즈모바일은 월 90원 요금제를, 에넥스텔레콤은 월 110원에 데이터 10GB와 통화·문자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다만 이런 파격적인 가격은 영구적인 조건이 아니다. 대부분 6개월에서 12개월 이후에는 월 1만~2만원대 요금으로 전환된다. 단말기 지원금이 없는 알뜰폰 구조상, 초저가 요금제는 수익을 내기보다는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선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KT 위약금 면제가 알뜰폰 경쟁을 단기적으로 확대했지만, 장기 지속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달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대부분이 영세한 구조인 데다 무약정·저마진 모델로는 출혈 경쟁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신시장 과열 조짐에 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이동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격화되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허위·과장 광고 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 단속에 착수했다. KT의 위약금 면제가 촉발한 번호이동 전쟁이 알뜰폰 요금 ‘100원 시대’까지 열어젖힌 가운데 이 경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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