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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보는데” 밤새 불빛만 ‘번쩍번쩍’…아까운 전력 낭비, 나무도 괴롭다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 김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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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보는데” 밤새 불빛만 ‘번쩍번쩍’…아까운 전력 낭비, 나무도 괴롭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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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 거리 화단에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서울 중구 한 거리 화단에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누구 보라고 이러는 거야?”

거리를 가득 메우던 인파가 사라진 야심한 밤. 곳곳에 설치된 조명이 텅 빈 거리를 밝게 빛내고 있다.

단지 가로등 불빛이 강한 게 아니다. 바로 연말연시 예쁜 거리를 만들기 위한 전구 장식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조명의 정체는 겨울만 되면 곳곳에 설치되는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한껏 들뜬 연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울 서대문구 한 거리, 가로수에 설치된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 한 거리, 가로수에 설치된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야심한 밤까지 불빛이 계속 흘러나오며, 전력 낭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아울러 과도한 거리 조명은 도심 가로수의 생장을 방해하는 핵심 요소다. 심지어 이같은 ‘빛 공해’가 도심을 지나는 새들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한 거리, 일루미네이션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 한 거리, 일루미네이션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빛을 이용해 공간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루미네이션. 2010년 이후 LED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우리나라 도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연말만 되면, 각 지자체와 기업들이 경쟁하듯 거리를 환하게 비춘다.

문제는 거리에 사람들이 없는 늦은 밤, 이른 새벽 등에도 조명이 유지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 특히 해가 질 때 자동으로 불이 들어오고, 해가 뜨면 다시 불이 꺼지는 자동 시스템인 적용된 경우가 많아, 새벽 시간에도 불이 켜진 경우가 흔하다.

서울 한 호텔의 일루미네이션. 가로수 조명이 빛나고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서울 한 호텔의 일루미네이션. 가로수 조명이 빛나고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경원(31) 씨는 “출근할 때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데도 건물 주위 가로수 조명이 밝은 것을 보고 놀라곤 한다”며 “크리스마스도 끝났는데 사람이 없는 새벽까지 계속 불이 켜져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전력이 아깝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가로수를 칭칭 둘러싸고 있는 조명 장식들. 대부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트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만든 일루미네이션이다. 그러나 이 조명은 가로수의 생장에 치명적이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조명으로 장식된 가로수. 김광우 기자.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조명으로 장식된 가로수. 김광우 기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식물은 낮에 광합성 작용으로 체내에 탄소를 축적하고, 밤에는 호흡작용을 통해 축적된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배출한다. 하지만 야간 조명은 나무가 받는 신호를 교란해 호흡량을 증가하게끔 만들고, 낮에 축적한 탄소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산림과학원이 소나무, 은행나무 등에 LED 장식 전구를 설치한 뒤 조명에 노출해 야간 호흡량을 측정한 결과, 12시간 동안 빛을 노출시킨 나무의 경우 최대 4.9배가량 호흡량이 증가했다.

쉽게 말해, 나무가 평소 쉬어야 할 밤에도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며 비정상적인 생리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 본래의 탄소 흡수 기능을 상실하는 데 더해, 체력 고갈로 생명력까지 잃어갈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한 거리, 가로수에 설치된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 한 거리, 가로수에 설치된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이같은 조명이 봄까지 이어졌을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어두운 ‘밤’을 짧게 인식해, 봄이 온 줄 알고 새싹을 틔우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 야간 조명 탓에 이르게 나타난 새순·꽃눈은 겨울철 한파에 얼어 죽는다. 이 경우 꽃이 적게 생기거나 잎 성장이 부진할 수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가로수는 이미 약한 상태. 뿌리를 넓힐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된 데다, 토양 환경 또한 산지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빛과 소음, 외부 상처 등에 따라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밤까지 없어질 경우 고사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건물이 각종 조명 장식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건물이 각종 조명 장식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명진(21) 씨는 “신촌 번화가의 경우 평소에도 각종 불빛으로 조명이 밝은 편인데, 겨울 들어서는 빛나는 장식까지 더해져 눈이 부실 지경”이라며 “가로등 불빛도 있으니, 사람이 없는 시간에는 불을 꺼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꼭 연말이 아니더라도, 도심 불빛이 지나치게 밝다는 문제제기는 적지 않다. 특히 도심 번화가의 경우 가로등에다가 전광판까지 더해지며, 곳곳에서 빛을 뿜어낸다. 흔히 말하는 ‘빛 공해’가 지속되는 셈. 이 때문에 각종 동물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반포대교가 야경으로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서울 반포대교가 야경으로 빛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특히 새들의 경우 ‘빛 공해’로 인해 생명을 잃기도 한다. 새들은 깜깜한 밤에 이동할 때 별빛과 달빛, 지구 자기장 등을 활용해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도심 인공조명이 지나치게 밝을 경우, 빛을 구별하지 못해 방향감각을 상실한다. 도심 상공에서 돌거나, 건물 쪽으로 이동해 충돌 사고가 벌어진다.


사람들에게도 지나치게 밝은 빛은 건강상 문제를 유발한다. 밤에 밝은 빛을 보면 멜라토닌(수면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고 수면장애, 만성피로 등을 유발한다. 서울시만 해도 매년 1000건이 넘는 빛 공해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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