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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줄 알았네"...SNS서 난리 난 평창 ‘예쁜 교회' 정체 뭐야?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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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줄 알았네"...SNS서 난리 난 평창 ‘예쁜 교회' 정체 뭐야?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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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신상 여행지 실버벨 교회 유럽감성 중무장 ‘인기 폭발’/24시간 개방·무료 결혼식도 가능/평창 대관령 하늘목장 오르면 힘차게 뛰어 노는 말들 새해 힘찬 기상 전해/하늘마루전망대 파란 하늘·하얀 풍력 발전기 ‘동화 세상’ 선사/모나용평서 케이블카 타고 발왕산 정상 오르면 백두대간 파노라마로

실버벨 교회.

실버벨 교회.


대관령 하늘목장 하늘마루전망대.

대관령 하늘목장 하늘마루전망대.


윙윙윙윙~.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선 거대하고 하얀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간다. 겹겹이 쌓인 백두대간 능선 따라 불어오는 세찬 바람 온몸으로 맞으며. 눈밭에서도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는 소나무가 위풍당당한 기상을 전하고 근육질 말들이 섭씨 영하 13도의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들판을 뛰어노는 곳, 대관령 하늘목장 정상에 섰다. 그래, 올해는 저 거침없는 풍력발전기 날갯짓처럼, 지칠 줄 모르는 말처럼 힘차게 달려보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적토마에 올라타고 달려가 볼까

역시 겨울은 겨울이다. 새해가 되니 섭씨 영하 10도 밑으로 뚝 떨어지며 동장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그래도 새해인데 주말에 방구석만 지킬 순 없다. 뭔가 힘찬 기운을 얻어야 올해도 모든 일이 잘 풀릴지 않을까.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다 아직 어둠이 깔린 새벽길을 나선다. 동쪽으로 3시간여 달려 하늘과 맞닿은 해발고도 1000m 강원 평창군 대관령 하늘목장에 들어섰다.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이니 이곳처럼 새해를 시작하기 좋은 곳이 없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자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불어 정신이 번쩍 든다. 예상은 했지만 한겨울 대관령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시 차에 들어가 두 겹, 세 겹 든든하게 껴입고 하늘목장으로 나선다.

대관령 하늘목장 카페 앞 마당.

대관령 하늘목장 카페 앞 마당.


정상 하늘마루전망대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한 시간여 걸어 올라가거나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목장의 트레이드마크 트랙터 마차를 타면 된다. 트랙터 뒤에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모습의 나무 마차를 연결한 모습이 독특하다. 겨울에는 강추위에 고생할 수 있으니 일단 트랙터로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좋다. 마차는 하산 길에 앞등목장 등 두 곳에서 정차하며, 한 번 내리면 걸어 내려가거나 한 시간을 기다려 다음 마차를 타야 한다.

대관령 하늘목장 하프링거(왼쪽)과 제주마.

대관령 하늘목장 하프링거(왼쪽)과 제주마.


대관령의 청정 생태계가 잘 보전된 자연 친화적인 하늘목장은 젖소 400여마리, 면양 100여마리, 말 40여마리를 방목한다. 한겨울이라 젖소와 양은 실내 축사에 들어가 있어 아쉽지만 볼 수 없다. 다행히 말은 방목한다. 섭씨 영하 15도쯤은 거뜬히 버틸 정도로 말은 추위에 강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마차가 언덕을 오르자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는 말들이 큰 눈을 끔뻑거리며 새해 인사를 건넨다.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이 고향인 산악형 소형마 하프링거가 작지만 균형 잡힌 근육질 체형을 뽐내고 그 옆에서 윤기가 흐르는 제주마가 나 좀 봐달라며 고개를 흔든다.


대관령 하늘목장 하늘마루전망대 포토존.

대관령 하늘목장 하늘마루전망대 포토존.


다양한 말들 구경하며 20여분 차로 오르면 하늘마루전망대에 닿는다. 겹겹이 펼쳐지는 능선을 따라 우뚝 선 하얀 풍력발전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날갯짓을 하는 풍경이 장관이다. 여기에 가시거리를 무한대로 펼친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대관령 최고봉인 선자령을 배경으로 조성된 하늘목장은 40여년 동안 외부에 그 모습을 꽁꽁 감춰놓았다가 2014년에 일반에 개방됐다. 그만큼 천혜의 자연이 가득해 사계절 사랑받는 곳이다. 참숲길(500m·편도 10분), 너른풍경길(500m·편도 10분), 가장자리숲길(편도 2km·40분) 등 다양한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선자령 정상까지 다녀오는 트레킹 코스는 2km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대관령 하늘목장 하늘마루전망대

대관령 하늘목장 하늘마루전망대


하늘목장은 2005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촬영지. 너른풍경길을 끝까지 걸으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추락한 비행기가 그대로 남아있어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트랙터 마차로 하산하다 첫 번째 정류장 앞등목장에 내리자 제주마들이 하얀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푸른 초원을 자유롭게 뛰어노는 풍경이 펼쳐진다. 앞등목장 근처 초원지대에는 고독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의 소나무 한 그루가 홀로 서 있다. 이동욱·정려원 주연 2015년 드라마 ‘풍선껌’, 이영애 주연의 2017년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등에 등장한 소나무다.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영화 주인공 같은 인생샷을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대관령 하늘목장 나 홀로 소나무.

대관령 하늘목장 나 홀로 소나무.


트랙터 마차가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면 먹이주기 체험장에 아주 작고 귀여운 또 다른 말 ‘미니어처’가 기다린다. 말의 체형과 비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주 작게 개량된 말이다. 17~18세기 유럽 귀족의 애완용 말로 개발됐는데 보통 어깨높이 86cm 이하, 체중 70~100kg으로 장난감 말을 보는 듯 너무 귀엽다. 덕분에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겨울을 제외하면 양과 뛰놀 수 있는 양떼 체험, 전문 코치와 함께 말을 타는 승마 체험, 송아지에게 먹이를 주는 아기동물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하늘목장 바로 인근에는 대관령 삼양라운드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목장의 매력은 겨울에만 방문객들이 자신의 차로 직접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허용된다는 점이다. 해발고도 1140m인 동해전망대에 서면 고원 지대를 따라 펼쳐지는 600만평의 드넓은 초지와 하얀 풍력발전기가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풍경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거대한 목장을 따라 5개 테마, 총 4.5km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실버벨 교회.

실버벨 교회.


◆새해 소망 기원하는 실버벨 교회


대관령 하늘목장에서 차로 5분을 달리면 소셜미디어 감성으로 중무장한 유럽풍 실버벨 교회를 만난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IC에서 빠져나오면 소나무 숲이 울창한 언덕 위에 놓인 이국적인 건물이 바로 실버벨 교회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동화 같은 풍경 때문에 방문 계획이 전혀 없던 여행자들도 나도 모르게 발길을 옮긴다. 엄청난 정성을 들여 조성한 흔적이 역력하다. 완만한 언덕에는 교회로 이어지는 낭만적인 철길까지 만들어 놓았고 교회 건물 주변은 고운 잔디를 깔았다. 건축미가 아주 빼어난 걸 보니 장인의 솜씨다. 다양한 색의 돌로 꾸민 외벽과 짙은 회색 지붕, 꼭대기에 십자가를 얹은 종탑, 아치형 창문까지 유럽의 작은 시골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실버벨 교회 내부.

실버벨 교회 내부.


아치형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운데 놓인 난로에서 “타닥타닥” 소리 내며 타들어가는 나무 장작이 매서운 영하의 추위를 순식간에 누그러뜨린다. 실내 건축미도 뛰어나다. 정면을 천장에서 이어지는 큰 집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다시 집 모양으로 작은 홈을 판 이중 구조로 디자인해 편안한 안식처로 느껴진다. 중앙 스테인드글라스를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 낮에는 십자가가 밝게 빛난다. 여행자들은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저마다 새해 소원을 기도한다. 경건한 분위기에 이끌려 나도 작은 소원 하나 빌어본다. 방명록에도 저마다의 소망이 빼곡히 적혔다.

교회는 24시간 열려 있어 원하는 이들은 무료로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마당의 바위에 ‘이 예배당 건축은 아버지, 어머니의 바람’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실 이 교회는 언덕 아래 레스토랑 나폴리피자 대관령본점과, 대관령토종한우를 운영하는 이종은 대표가 지난해 건축했다. 독실한 교인이던 부모의 유언에 따라 예배당을 지었는데 이 대표의 미적 감각이 더해져 요즘 떠오르는 핫한 여행지가 됐다. 특히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을 때 찾으면 더욱 근사한 풍경을 만난다.

모나용평 발왕산 스카이워크.

모나용평 발왕산 스카이워크.


◆독일가문비나무·천년주목 만나는 모나용평

실버벨 교회에서 남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겨울 레포츠 마니아들에게 인기 높은 모나용평에 닿는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20분 만에 해발고도 1458m 발왕산 정상에 닿는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겨울에 많은 이들이 발왕산을 찾는 이유가 있다. 총 길이 3710m에 달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리는 동안 눈 덮인 발왕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에 설치된 발왕산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보다 짜릿하게 발왕산을 즐길 수 있다. 발왕산은 ‘왕의 기운을 가진 산’이라는 뜻. 예로부터 산세가 웅장하고 기운이 영험한 명산으로 손꼽혀 새해 소원을 빌기 안성맞춤이다.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스카이워크를 걷는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까지 부니 건장한 사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천천히 걸어 스카이워크 끝에 서자 백두대간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2025년의 미련들, 티끌까지 다 모두 날려버리고 새해의 기운을 듬뿍 받아본다.

모나용평  독일가문비나무숲.

모나용평 독일가문비나무숲.


스카이워크 아래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주목숲길도 꼭 걸어보길. 3.2km로 왕복 1시간30분 정도 걸리며 무장애 데크길로 조성돼 노약자도 산책하기 좋다.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해 ‘발왕산 알파카 목장’으로 향하다 보면 울창한 독일가문비나무숲을 만난다. 용평리조트 직원들이 1968년 직접 심은 나무로 6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1800그루가 무럭무럭 자라 울창한 숲을 이뤘다.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나간 나무들이 피톤치드를 쏟아내는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음은 고요하고 정신은 또렷하게 맑아져 새해를 살아갈 건강한 기운을 얻는다.

평창=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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