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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방 구하려다 참변”…왜 신림역이었나 [그해 오늘]

이데일리 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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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방 구하려다 참변”…왜 신림역이었나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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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3세이던 조선, 신림역 앞서 흉기 휘둘러
1명 사망·3명 부상…범행 이유, 키 열등감 때문?
검찰은 ‘사형’ 구형…재판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4년 1월 10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조선(당시 33세)이 재판정에 섰다. 이날은 조선의 1심 결심 공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재판 내내 눈을 감거나 한숨을 쉬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검찰 측은 ‘사형’을 선고했다.

2023년 7월 31일 서울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조선(당시 33세)이 마트에서 흉기를 훔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사진=채널A)

2023년 7월 31일 서울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조선(당시 33세)이 마트에서 흉기를 훔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사진=채널A)


검사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전도유망한 22세의 청년을 잔인하게 살해했고, 다수 피해자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가했음에도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 회복에도 나서지 않는 등 개전의 정이 없다”며 “유족과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다소 산만해 보이던 조 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적어 온 내용을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며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죽을죄를 저질렀다. 평생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구형 전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선 “주변에서 나를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존재들이 피해자분들일 거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 수사기관 조사에서 “남들보다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며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고 싶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조 씨는 키 168cm로 평소 또래 남성들에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그의 삐뚤어진 분노는 또래의 불특정 남성들에게 향했고,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건은 그해 7월 21일에 벌어졌다. 오후 12시 3분쯤 자신의 거주지였던 인천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 금천구의 할머니집을 찾은 조 씨는 한 시간가량 머물다 인근 마트로 향했고, 그곳에서 흉기 2개를 훔쳤다. 다시 택시를 타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내려 골목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22세 남성 김모씨에게 다가가 갑작스레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약 3분 동안 마주친 30대 남성 3명의 얼굴과 목을 노리고 흉기를 휘둘렀고, 첫 번째 피해자인 김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또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중에는 중상을 입은 이도 있었으나 수술을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당시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조 씨는 범행 직후 흉기를 든 채 웃고 있었다고 한다. 피가 묻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던 그는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에 “내 말 좀 들어보라”고 짜증을 내며 “그냥 X같아서, 여태까지 내가 잘못 살았는데,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 그냥 X같아서 죽였다”고 말했다.

그가 신림역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이유는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범행 한 달 전 인터넷에 ‘홍콩 묻지마 살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 사건은 한 대형쇼핑몰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 2명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조선이 이 사건을 찾아본 뒤 범행을 벌인 것을 두고 ‘모방범죄’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후 경찰은 그가 범행 전 살해 방법과 급소 등을 인터넷에 검색했으며 “오래전부터 살인 욕구가 있었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한 신림역 흉기난동의 범인 조선은 현재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중이다. (사진=뉴스1)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한 신림역 흉기난동의 범인 조선은 현재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중이다. (사진=뉴스1)


잔인하게 살해당한 김 씨의 유족은 사건 이틀 뒤 국회국민청원을 통해 “동생은 일면식도 없는 피의자로부터 13회 흉기에 찔렸다”며 사건에 대한 심각성을 알렸다.

유족은 “(사촌 동생은) 폐까지 찔려 심폐소생술(CPR)조차 받지 못하고 만 22세에 하늘의 별이 됐다”며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은 착하고 어른스러웠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3일 앞두고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떠났음에도 빈소를 지키면서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했다”며 “외국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자 대학 입학 때부터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하며 동생을 챙겼다. 신림동에 간 이유도 생활비를 덜고자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에 갔던 것”이라고 울분을 나타냈다.


또 그는 “동생은 마지막까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며 “유족들은 피의자가 반성문을 써서 감형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형마저 잃은 고인의 어린 동생은 부모님도 없이 홀로 형을 떠나보냈다. 유족들은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만큼의 죄를 묻고 싶지만, 그런 형벌조차 없는 현실에 화가 난다”면서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사안의 중대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조 씨의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한 뒤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조 씨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재택된 검찰 심리분석관 감정 결과 조 씨에게선 별다른 정신과적 증상이 보이지 않았고, 경계선 지능(75)과 성격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원은 조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조 씨에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집행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하는 등 범죄를 후회하고 있는 점, 살인 미수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진 점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행동을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도 2024년 9월 12일 원심판결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