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만남 이후 두달 반 만에 셔틀외교
1942년 수몰된 조선인 유해 발굴로 과거사 협력
총리 고향 나라현에서 열리는 회담…지방 교류 상징
한국, 중·일 갈등 중재자 역할 가능성은 낮게 관측돼
1942년 수몰된 조선인 유해 발굴로 과거사 협력
총리 고향 나라현에서 열리는 회담…지방 교류 상징
한국, 중·일 갈등 중재자 역할 가능성은 낮게 관측돼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13일 일본 나라시에서 개최하는 정상회담은 양국의 셔틀외교가 자리를 잡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선 조선인 유해 봉환 등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과거사 협력과 양국 지방도시 간 경제협력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뤄지는 이번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대응을 할지도 주목된다.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처음 만난 지 두 달 반 만에 다시 만난다. 이 대통령 취임 후 한·일 정상이 만나는 것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3회)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5번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이 “한·일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과거사 협력을 논의한다. 위 실장은 1942년 조세이 탄광 수몰 사건을 언급하며 “유해에 대한 DNA 조사 등 새로운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세이 탄광 사건은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해저 탄광에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이 숨진 참사로, 지난해 6월 83년 만에 유골을 찾는 수중 수색 작전이 이뤄진 바 있다.
이는 인도주의적인 과거사 협력을 양국 신뢰 형성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2월 22일) 등을 두고 대립해왔다. 위 실장은 “처음부터 논쟁으로 (양국 관계를) 어렵게 할 게 아니라, 협력을 쌓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선순환을 만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지방 간 경제·문화 협력도 주요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양국 지방 도시간의 교류는 양국 중앙정부 간의 관계 악화에 따라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돼 왔는데, 이 같은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이 처음으로 수도 도쿄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열린다는 점도 지방 협력의 상징으로 풀이된다. 위 실장은 회담에 열리는 나라시에 대해 “한반도와 일본과의 오랜 역사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며 “지방에서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지방 경제, 지방 사람들 간의 소통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제 협력도 논의된다. 위 실장은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에 한국의 가입에 대해 “더 논의가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위 실장은 “지식재산의 보호, 인공지능(AI), 초국가 범죄 대응, 사회문제, 인적 교류 등”을 언급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일본이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AI)·반도체·디지털 및 사이버보안·조선·국방 등 17개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일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 6일 일본에 희토류 등 이중용도(민간·군사용) 물자 수출 통제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대일 수출 통제 문제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공급망이 연결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이 대통령이 어느 수준의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한국에 중·일 간 중재자 역할을 주문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에 나설 가능성은 낮게 관측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 중국 내에서 일본에 대한 분노가 강하고, 일본 여론도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쪽이 많다”며 “중·일 갈등이 완화되길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이 대통령도 “이유가 있는 싸움에 끼어들면 양쪽에서 미움받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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