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명동성당서 추모 미사와 영결식 엄수
영화계가 배웅한 '국민 배우'의 마지막 길
[더팩트|김기범 기자] "다빈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국민배우' 안성기 영결식이 9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가운데 장남인 안다빈 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를 전했다. 아버지가 어린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낭독하며 오열해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영하 6도의 매서운 바람과 찬 공기로 몸이 어는 듯한 추위와 함께 故 안성기 배우의 추모 미사와 영결식은 진행됐다.
배우 고(故) 안성기의 장례미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 열린 가운데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 후배 배우들이 영결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김성렬 인턴기자 |
명동성당에는 일출 전인 오전 6시부터 취재진들과 추모자가 손을 비비며 추위를 달랬다. 점점 달을 가리는 구름이 가득해졌고 하늘은 마치 故 안성기 배우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싫다는 듯 흐려졌다.
유족과 동료 배우들은 오전 7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출관 절차가 진행한 뒤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고인과 같은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 소속 정우성·이정재 배우가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들었으며 설경구·박철민·유지태·박해일·조우진·주지훈 배우가 운구를 맡았다. 이들은 고인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울음을 삼키는 듯 굳은 표정으로 엄숙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배우 정우성은 고인의 영정을 배우 이정재는 금관문화훈장을 들었다. 울음을 참는 듯한 침통한 표정이였으며 운구를 맡은 배우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60여 년간 한국 영화사를 이끌며 우리들에게 웃음·감동·슬픔을 준 안성기 배우의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 미사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유족과 영화인들이 함께 슬픔을 나눴다.
배우 고(故) 안성기의 장례미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 열린 가운데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 후배 배우들이 영결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김성렬 인턴기자 |
구름이 가득해 마치 보기싫다는 듯한 하늘은 고인의 영결식이 다가오자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대기 중인 몇몇의 추모자들은 "보기 싫은 듯 구름으로 가렸던 흐린 하늘이 안성기 선생님의 마지막 길은 밝혀주며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 같다"며 소감을 표하기도 했다.
미사가 끝난 후 9시에 진행된 영결식에서도 동료 배우들과 영화인들이 마지막을 지켰다. 영결식에서 정우성 배우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에 대한 높임은 경계하던 분이었다"며 "혹시 누가 오늘 선배에게 '어떠셨냐'고 묻는다면 '응. 난 괜찮아'라고 답할 선배가 그려진다. 부디 평안히 영면에 들길 바란다"며 눈물을 삼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어 유족 대표로 장남 안다빈 씨가 "아버지는 남에게 누를 끼치는 일을 가장 경계하셨다"며 "아버님께 따뜻한 사랑을 주신 분들께 몇 마디 감사 인사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버님은 천국에서도 영화만 생각하고 맡은 배역의 연기를 열심히 준비하면서 자랑스러운 직업 정신을 지켜갈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한번 모든 어른들께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눈물섞인 목소리로 전했다.
이후 안다빈 씨는 "사전에 협의되진 않았지만 하나 준비한 것이 있다"며 편지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서재는 신성한 곳으로 생각해 조심스럽게 들어가기도 했던 공간이었다, 아버지가 안 계신 그 방에 들어가서 예전부터 버리지 않고 모아두신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억은 안 나지만 5살 쯤에 유치원 숙제로 그림을 그리면 편지를 써주셨던 과제가 있었다. 모두에게 남기고 간 메시지인 것 같아 읽어보겠다"고 했다.
편지 속 내용은 "다빈아,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빼어닮은 주먹보다 작은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빠는 눈물을 글썽거렸지.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
배우 고(故)안성기의 영결식이 열린 9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고인의 아들 안다빈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렬 인턴기자 |
또 "다빈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지킬줄 알며, 평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라고 당부하는 내용과 "무엇보다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도전해 보아라, 그러면 네가 나아갈 길이 보인다"고 했다.
"동생 필립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고, 함께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착한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1993년 11월 아빠가" 안다빈씨는 편지를 읽어내려가며 점점 눈물이 차올랐으며 결국 터져나오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편지를 읽으며 오열해 같이 꾹꾹 참고 있었던 추모자들은 모두가 눈물을 쏟았다.
영결식을 마친 고인은 장지인 양평 별그리다로 이동해 모두의 배웅 속에서 깊은 안식에 든다.
배우 故안성기의 영결식이 열린 9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배우 정우성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김성렬 인턴기자 |
故 안성기는 2025년 12월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려 쓰러졌고, 급히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5일 오전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로 배우 데뷔한 고인은 69년간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또한 한국 최초의 1000만 관객 영화 '실미도'를 비롯해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스타' 등 다수의 흥행작을 배출했으며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제', '아시아태평양영화제' 각종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흥행력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다.
더불어 고인은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많아 한국 영화의 발전에 힘썼으며 극장 밖에서도 유니셰프 활동을 이어오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dkdl1380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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