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공천헌금 인정 취지 자술서 제출
미국행 못 막은 경찰, 신병 확보 '실패'
김병기 '봐주기' 수사 논란도 계속
"정치인 신속 수사로 역량 입증해야"
미국행 못 막은 경찰, 신병 확보 '실패'
김병기 '봐주기' 수사 논란도 계속
"정치인 신속 수사로 역량 입증해야"
강선우 무소속 의원에게 ‘공천 헌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경찰에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지난해 말 미국으로 출국한 뒤 현지에 머무르며 경찰 조사를 피해온 김 시의원의 핵심 진술이 확보되면서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찰이 김 시의원의 출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다 그가 수사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점에서 ‘늑장·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시의원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강 의원 측에 1억 원을 전달했으며 이후 돌려받았다’는 내용을 적은 자술서를 제출했다. ‘1억 원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던 기존 주장을 번복하고 뇌물 등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강 의원은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눈 대화 기록이 공개되자 “현금 전달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시의원의 자술서 내용이 강 의원의 입장과 비슷한 만큼 일각에서는 ‘양측이 본격적인 경찰 수사를 앞두고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시의원은 수사가 본격화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논란을 부른 상황에서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가입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기존 대화 내역을 삭제했다는 의심 또한 받고 있다.
경찰이 김 시의원의 핵심 진술 확보에 성공했지만 늑장·부실 수사를 초래했다는 비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시의원은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해 12월 29일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사건 배당 및 기초 조사를 이유로 출국 금지를 미루면서 결국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이 김 시의원의 ‘CES 2026’ 참석 사실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논란은 경찰 수사 역량 전반에 관한 우려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경찰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전담수사팀까지 구성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건을 검경 합동수사본부로 넘기게 됐다. ‘쪼개기 후원(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 등 4명을 송치했지만 정작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정치인은 입건하지 못한 상태다.
김 전 원내대표 배우자 수사와 관련해 경찰은 ‘봐주기’ 및 수사 외압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 배우자가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내사를 진행하고도 ‘무혐의’로 종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 전 원내대표는 경찰 고위 간부 출신 A 의원에게 사건을 무마해달라고 청탁했고 A 의원은 당시 동작경찰서장이던 B 씨에게 전화해 “무리하게 수사하지 말라”고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관심이 더욱 쏠리는 만큼 경찰이 정치인들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통해 역량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re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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