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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마다 정치 얘기로 싸우는 우리 가족…어떡하죠?[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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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마다 정치 얘기로 싸우는 우리 가족…어떡하죠?[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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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중앙일보·국가미래전략원 공동기획
“한국은 왜 갈등할까”…3000명에게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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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은 가족이나 친구와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갈등이 생긴 적이 있으신가요? 꽤 많은 분이 그런 경험이 있고, 나중에는 그냥 정치나 사회 현안과 관련된 말 자체를 꺼내지 않게 되죠.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만큼 한국 사회가 정치 성향과 지지 정당에 따라 심각하게 갈라져 있다는 뜻이겠지요. 민주주의를 생각하면 썩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어서 안타깝습니다.

한국 사회 갈등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함께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항을 물었어요. 정치·사회 갈등에 관한 시민들의 생각, 함께 들어보시죠.

찢어진 한국 사회, 통합을 논하자


응답자의 무려 81%가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됐다’고 답했어요. 사회 분열의 주된 원인은 ‘정당 대립’(36%)이 1위, ‘이념 차이’(18%)가 2위로 꼽혔습니다. 정치적 갈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물으니 ‘강성 지지자’라는 응답(21%)이 가장 많았어요. 이어 ‘여당’(19%), ‘대통령’(18%), ‘야당’(14%), ‘기성 언론’(12%), ‘강성 유튜버’(7%) 순이었습니다.

지지 정당이 있는 이들은 분열의 책임을 상대 진영에 돌리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25%, 국민의힘 지지자의 35%가 정치적 갈등의 가장 큰 책임이 상대 당에 있다고 여겼습니다. 분열과 갈등이 언제부터 심각해졌는지 물으니 민주당 지지자는 ‘이명박 정부’(30%) 시절을, 국민의힘 지지자는 ‘문재인 정부’(41%) 시절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 문재인 정부 때 진행된 ‘적폐청산’ 수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정치 대립이 사회를 어떻게 쪼개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40%가 ‘정치 문제로 가족이나 친구와 다툰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87%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말을 아낀 경험이 있다’고 했고, 32%는 그런 경험이 ‘자주 있다’고 했어요.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런 갈등과 자기검열 경험이 많았습니다.

정치 진영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정책을 두고도 지지 정당에 따라 선호도가 엇갈렸습니다. 이를테면 자신이 보수층이라고 응답한 이들(이들 중 54%가 국민의힘을 지지합니다)의 73%가 원전 가동 중지·축소에 반대했습니다. 자신이 진보층이라고 응답한 이들(이들 중 72%가 민주당을 지지합니다)의 35%만 반대한 것과 크게 대비되죠. 반대로 진보층의 80%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찬성한 반면, 보수층은 44%만 찬성했습니다.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일반인이 자세히 알기 어려운 전문 영역 정책까지 정쟁의 대상이 됐다”며 “한쪽 진영에서 어떤 정책을 부정하면 지지층은 정파적으로 설득된다”고 했어요.


시민들은 갈등에 지쳐 있고 때로 상대 진영을 미워하기도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통합과 협력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다른 정당이 어떤 관계인지 물어보니 ‘협력 대상’이라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적대 대상’이라는 응답은 13%에 불과했고요. 다른 당을 ‘협력 대상’으로 본다는 응답은 진보층(48%)과 중도층(39%), 보수층(36%)에서 모두 1위로 꼽혔습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 세력의 집권이 ‘국가 발전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38%로 ‘국가 발전을 해친다’(27%)는 응답보다 높았습니다.

시민들은 정치에 통합과 협치를 주문했습니다. 정치적 갈등 사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바람직한지 물으니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해야 한다’(51%)는 응답이 가장 높았어요. ‘수사·판결을 통해 법적으로 잘못을 가려야 한다’(38%)는 응답보다 높았죠. 국회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도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35%)는 응답이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29%)는 응답보다 많았고요.


시민들이 공감하는 제도 개선 방향도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응답자 48%는 ‘대통령 권력 분산’에 찬성했습니다. 주관적 이념 성향이나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았습니다. ‘다당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하는 응답도 40%로 반대(17%)보다 훨씬 많았고요. 시민들은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평균 4.7개의 정당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잘 통합해야 하는 정치가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사회가 되레 정치에 통합을 주문하는 상황. 참 역설적입니다. 강원택 원장은 “갈등과 분열로 국민 피로와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치가 제 역할을 다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정치의 복원’을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 독자님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이번 조사는 경향신문·중앙일보·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 기획하고 한국리서치가 수행했습니다. 조사는 지난달 29일~31일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와 e메일을 통한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2.5%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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