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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징계할 인사위에 男 직원 뿐…고발 없이 넘어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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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징계할 인사위에 男 직원 뿐…고발 없이 넘어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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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봄 기자]

# 농협중앙회가 성희롱을 비롯한 비위행위를 징계하는 인사위원회를 내부 직원들로만 구성하고, 그마저도 여성 직원 없이 남성 위주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 임직원 범죄행위를 고발조치하지 않거나, 관행처럼 수의계약을 남발하는 등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서 부적절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특별감사한 결과, 각종 비위 의혹과 인사·조직 운영의 난맥상, 작동하지 않는 내부통제장치 등의 문제를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했는데, 모두 651건의 제보가 접수됐고, 10건 중 1건 꼴인 65건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 | 뉴시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 | 뉴시스]


■ 온정적·형식적 징계= 감사 결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무엇보다 농협중앙회 내부 징계·통제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이 두드러졌다. 농협중앙회는 임직원의 범죄행위를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2022년 이후 징계한 사건 중 범죄 혐의가 있는 6건이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고발도 이뤄지지 않았다. 위력에 의한 성추행,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 중대 사안이 포함됐지만 징계는 내부 선에서 마무리됐다 .


성희롱 등 비위행위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도는 내부 직원으로만 구성했고, 위원 풀에 여성이 1명 포함돼 있었으나 실제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아 사실상 배제된 상태였다. 농식품부는 공공기관의 경우 성희롱·성폭력 징계 사건을 다룰 때 위원장을 제외하고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위원을 3분의 1 이상 포함하도록 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는 기준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위원회를 운영해 왔다고 지적했다.


회원조합과 조합장을 상대로 한 감사에서도 온정적 처분이 반복 적발됐다. 조합감사위원회는 징계가 필요한 사안 74건을 징계심의회에 회부하지 않았고, 211건은 징계 대신 '주의' 처분에 그쳤다. 조합장 경징계 27건 가운데 최소 6건은 성희롱이나 업무상 배임 등 중징계가 타당해 보이는 사안이었지만, 실제 처분은 견책 수준에 머물렀다.


■ 폐쇄적 자금집행·수의계약= 자금 집행과 계약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관행이 다수 확인됐다.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에 지원하는 무이자 자금은 1년 새 약 1조원 늘었는데, 이사 조합 등 특정 조합에 편중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회장의 해외 출장 숙박비는 규정상 상한선을 반복적으로 초과해 집행했고,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역시 정보공개법상 공개 대상임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비상임 이사와 감사, 조합감사위원 등에게 지급되는 특별활동수당도 활동 내역이나 증빙 확인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분야에서는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의 수의계약이 관행처럼 이어졌고, 농협 자회사 일부는 해당 업체에 사무공간을 무상 제공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정 컨설팅 업체와는 동일 조건의 상시 자문 계약이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반복 체결됐다.


■ 체계 없는 재단운영= 농협재단도 구체적인 절차 없이 이사장 단독 지명으로 사무총장을 임명했고, 경력증명서 등 필수 서류도 제대로 받지 않는 등 관리 부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부물품 지원 과정에서도 지원 대상과 전달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물품이 실제로 농업인에게 전달됐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기부물품을 농협 관련 회사들이 직접 제조하지 않는데도 농협관련 자회사 등과 수의계약으로 기부물품을 구입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사진 | 뉴시스]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사진 | 뉴시스]


농식품부는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65건에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향후 사전 통지와 이의 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처분을 확정할 방침이다.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에 변호사비를 지급한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형사 책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2건은 이미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추가 감사 대상 38건은 범정부 합동 감사 체계를 구축해 좀 더 강도 높게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반복되는 비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농협의 선거 제도와 지배 구조, 인사·운영 전반의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와 농업계가 참여하는 '농협 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내부 통제와 감시 기능을 정상화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 개편을 서두르겠다는 계획이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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